'이태원클라쓰','경이로운소문', '나혼렙' 현지화 숨은 주역 키위바인 [K웹툰, 탈(脫)국경 보고서④]

입력 2024-07-26 05:00 수정 2024-07-28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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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클레어 가믈랭 프랑스어번역팀 팀장, 문승현 부대표, 박정진 대표, 마리사 럭키 영어번역팀 팀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왼쪽부터)클레어 가믈랭 프랑스어번역팀 팀장, 문승현 부대표, 박정진 대표, 마리사 럭키 영어번역팀 팀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태원 클라쓰', '경이로운 소문', '나 혼자만 레벨업'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하는 카카오의 대표 웹툰이다. K웹툰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칠 수 있던 요인은 작가의 탄탄한 스토리와 더불어 철저한 현지화 작업이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툰·웹소설 현지화 자회사인 ‘키위바인’이 웹툰의 세계화를 이끈 숨은 주역이다.

서울 금천구 키위바인 본사에서 웹툰·웹소설 현지화를 주도하는 박정진 대표와 문승현 부대표, 마리사 럭키 영어번역팀 팀장, 클레어 가믈랭 프랑스어번역팀 팀장을 만났다.

박 대표는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가치가 ‘퀄리티’”라며 “작가들이 공들여 만든 작품의 현지화를 우리에게 맡긴 만큼 최고의 퀄리티로 현지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그분들의 노력과 시간에 누가 되지 않게 내부적으로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엔터 웹툰·웹소설 흥행 주역 키위바인 직원 절반이 외국 국적자

키위바인은 해당 언어권의 문화와 종교 등 현지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전체 직원의 절반이 외국 국적자이며 영국·미국·멕시코·일본·네덜란드 등 다양한 국적과 인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모두 현지 문화와 언어뿐만 아니라 한국어도 능통했다.

박 대표는 “현지화 작업 과정에서 내부에 다양한 국가의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민감한 이슈나 종교, 문화적인 부분에 대해 속도감 있게 세계에 있는 독자들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키위바인에서 담당한 현지화 작품을 포함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글로벌에 선보인 작품은 6700여 개(2024년 6월 말 기준)에 달한다. 이들은 단순 번역을 넘어 현지의 다양한 문화적·지역적 배경과 정서를 고려해 현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럭키 팀장은 “불교의 만자(卍字)를 보면 한국에서는 불교를 떠올리지만, 서양에서는 나치로 오해할 가능성이 높다”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번역하는 과정에서 인종차별적인 요소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문화를 반영해 변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인공이 길바닥을 오가며 몇 주 동안 씻지 못한 더러운 상태를 갈색 피부색으로 표현했지만, 해외에서는 인종이 다양하기 때문에 어두운 피부가 더럽다는 식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으므로 아예 논란의 여지가 없는 초록색으로 표현하기도 했다”고 했다.

신조어·사자성어·사투리 현지화 어려움…문화·지역적 배경·정서 고려해

현지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은 한국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신조어나 사자성어, 사투리 등을 번역할 때다.

럭키 팀장은 “한국에서는 고구마로 답답함을, 단호박으로 단호함을 표현하는데 이 같은 말장난을 영어로 직역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통은 더 자연스러운 영어 표현으로 바꾸지만 '악당의 누나는 오늘도 고통받고'에서는 상대 캐릭터의 단호한 말투 인해 놀란 것을 표현하기 위해 'that caught me off guard'(깜짝 놀라게 했다, 허를 찔렀다)라는 익숙한 영어 표현을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때 'guard'를 발음과 스펠링이 비슷한 'gourd'(박)로 교체하는 등의 언어유희를 활용하기도 했다.

문 부대표는 “경이로운 소문은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가 많았는데 사투리를 번역할 때 잘못 해석되거나 의미전달이 안 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작업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며 “특히 경이로운 소문은 액션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모션을 표현하는 작업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럭키 팀장도 한자와 액션씬이 많은 무협을 가장 현지화하기 어려운 장르로 꼽았다. 그는 “한국에서는 때리는 의태어를 ‘퍽’, ‘툭’, ‘철썩’ 등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지만 영어에는 표현할 단어가 많지 않다”면서 “효과음이 반복되면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돈으로 약혼자를 키웠습니다’와 같은 문장 형태의 웹툰이 많지만 영어로 직역하면 어색해지기 때문에 핵심을 파악해서 제목을 짓는 작업도 현지화 과정에서 중요한 작업으로 꼽힌다.

키위바인은 웹툰 ‘계모인데 딸이 너무 귀여워’ 라는 작품의 영어 제목을 ‘Not sew wicked stepmom(사악하지 않은 계모)’로 정했다. 이에 대해 럭키 팀장은 “원작의 의미가 악역답지 않은 계모를 의미하기 때문에 ‘Not sew wicked stepmom(사악하지 않은 계모)’라고 제목을 지었다”며 “계모가 옷 만드는 사람이었기에 바느질한다는 의미의 ‘sew’로 바꾸고 로고도 스티치 형식으로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자체 콘텐츠 제작으로 IP 생태계 구축 기대

이 같은 숨은 노력 덕분에 카카오의 웹툰이 전 세계에서 팬덤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 얻은 인지도 덕분에 나혼렙, 이태원클라쓰 등 일부 지식재산권(IP)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으로 제작되며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며 견고한 IP 밸류 체인을 구축할 수 있었다.

가믈랭 팀장은 “10년 전만 해도 프랑스에서 드래곤볼이나 세일러문 등 일본 망가가 가장 유명했지만 지금은 문화가 바뀌고 있다”며 “K드라마, K푸드에 이어 이제 K웹툰의 시대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K-웹툰의 글로벌 진출 성공 노하우를 보유한 키위바인은 웹툰의 현지화 작업뿐만 아니라 웹툰 제작도 준비 중이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현지화를 염두해 개발하는 만큼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IP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 대표는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구축하기 때문에 IP 구축에 있어서 도움이 되고 제작과 현지화 단계에서 협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 민감한 이슈나 번역하기 힘든 캐릭터 이름이나 어색한 영어 표현 같은 부분을 첫 단계에서부터 잡을 수 있기 때문에 현지화 단계로 가면 작업이 수월해진다”고 했다. 문 부대표도 “작품을 현지화하는 과정에서 이슈가 불거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콘텐츠 제작부터 현지화에 대한 이해도가 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체계를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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