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주요 대학병원들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전공의 충원을 둘러싼 병원과 교수들의 견해차가 큰 것으로 보인다.
사직 전공의들은 병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직권남용죄로 고소하며 법정 다툼을 본격화해 병원의 일손 공백은 조속히 해소하기 어려워 보인다.
1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고려대학교 의료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 여부를 두고 잡음이 발생했다. 고려대의료원과 교수들은 전공의 모집 시 각 진료과 과장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고, 이들이 전공의 모집을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으면서다. 의료원은 산하에 안암병원, 구로병원, 안산병원 등 3개 병원을 두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측은 전공의 모집을 정상적으로 추진한다며 상황 수습에 나섰다. 의료원 관계자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정대로 오는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필수의료를 비롯한 전체 진료과 상당수가 정원을 신청했고, 신청결과를 복지부에 통보했다”라고 해명했다.
서울대병원 역시 하반기에 전공의를 30여 명 선발한다는 계획을 복지부에 알린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 의과대학 산하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평소 근무했던 전공의가 800명 이상이며, 이들 대다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이탈했다. 일손 공백을 고려하면 하반기 모집 인원은 매우 적은 규모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정확한 숫자에는 차이가 있겠으나 유사한 규모를 신청한 것으로 안다”라며 말을 아꼈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이른바 ‘빅5’ 대학병원은 정부가 제시한 데드라인인 15일을 기점으로 미복귀·무응답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를 시작했다. 수련병원들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위해 사직으로 인한 결원을 확정, 전날까지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에 신규 모집 인원을 신청해야 했다.
이날 복지부에 따르면 17일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의 레지던트 1만506명 중 16.4%인 1726명이 사직 처리됐다. 전공의 출근율은 8.4%로 계속해서 10%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어, 앞으로 사직 처리되는 전공의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수련병원 교수들을 비롯해 의사 단체는 정부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기존 전공의들의 권리와 의사를 존중하고, 병원 복귀 여부로 교수와 전공의들을 이간질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사직 전공의들의 공백을 마냥 내버려 둘 수 없는 병원 측은 난감한 처지다. 정부의 전공의 모집 계획에 따르면서도, 모집 인원을 대폭 늘리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 모집에 대해 “교수와 제자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정부의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현 사태를 일거에 해결하는 방법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원하는 바를 전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은 수련병원 측과 정부를 고소하며 반발에 나섰다. 이날 빅5 및 고려대병원 소속 전공의 100여 명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해 수련병원 병원장과 조규홍 복지부 장관에 대한 고소장을 1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고소인들은 조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 사전 보고 없이 독단적으로 의대 2000명 증원을 결정했으며, 수련병원에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을 내렸다며 직권남용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소인들은 병원장들 역시 조 장관과 공모해 전공의들의 권리를 침해한 혐의가 있다고 봤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9월 수련 특례도 다시 한번 열었기 때문에 그사이에 최대한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면서도 전공의들의 고소장 접수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법률 문제는 검토해 대응하겠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