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국주의 일본ㆍ현재 일본, 나누어 봐야…미래 대한민국 준비해야”
“나도 (독립운동가) 후손이라 낯뜨겁긴 한데 요즘 말로 하면 흙수저가 많아요. 선조들이 그나마 있는 재산을 독립자금에 보태고 항일운동하느라 자녀들을 돌볼 시간이 있었겠나. 그래서 다른 지원은 몰라도 독립기념관장만큼은 그 취지와 우대 측면에서 독립지사 후손들이 자리를 이어갔으면 좋겠어. 그런데 지금 상황이…”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관에서 이투데이와 만난 이종찬 광복회장은 최근 친일파 재산 환수 이슈와 비견되며 어려운 삶을 이어가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에 대한 어떠한 지원이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에 대뜸 독립기념관장직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세간에 잘 알려진 대로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손자이자 4선 국회의원, 국가정보원장 등을 역임했다. 아무 맥락 없이 꺼낸 이야기가 아닐 터였다.
이 회장은 “요즘엔 엉뚱한 사람들이 ‘독립기념관장’을 하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최근 독립기념관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가 쓴 책을 보니 ‘1948년 건국’이라고 써놨길래 당사자에게 그러고도 독립기념관 수장을 할 수 있겠냐고 질타했더니, 그 친구가 ‘건국론’이 뭐가 나쁘냐고 되려 따지더라”며 격분했다. 차관급인 독립기념관장은 국가보훈부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대통령 주변 측근들이 자꾸 우겨버리니 애먼 (윤석열) 대통령만 뭇매를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최근 들어 급부상한 건국절 논란에 대해서도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1965년 한ㆍ일 국교를 정상화했을 당시에도 1910년 한일합방 체결에 대해 원천 무효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면서 “반면 일본인들 시각은 한국이 1948년 건국했고 이전에는 한국에 국가가 없었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국내의 건국론자들은 역사를 왜곡하고 일제시대를 미화하는 친일파”라며 “이 대목을 반드시 기사에 써 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회장은 과거 군국주의 시절 일본과 현재의 일본을 엄격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범기업이자 우리나라를 강탈한 일본에 대해서는 철저히 미워하되, 현재는 한국의 이웃이라는 점을 나누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로 지금의 일본이 좋다고 과거 군국주의 일본도 좋다, 그들이 한국의 근대화에 도움을 줬다고 하는 ‘현대판 친일파’들이 있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6월 광복회장으로 취임 후 약 1년 여 임기를 지낸 이 회장은 현재 광복회의 역할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최근에는 앞서 언급한 건국설 등 온갖 대한민국 역사왜곡 시도에 대한 강도높은 대응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상황. 또 과거 한국의 독립운동을 지원했거나 최근까지 진실을 바로잡고자 하는 일본인들을 적극 알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사업에도 주력하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독립운동사 교육 뿐 아니라 미래의 대한민국을 향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 회장은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가 한국과 일본 등이 다같이 잘 지내자는 의미의 ‘동양평화론’을 언급했거든. 또 화폐 통일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는데 그게 유럽으로 따지면 유로화 개념이라며 “굉장히 앞서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복회가 운영 중인 독립영웅 아카데미를 통해 젊은 세대들의 시야를 넓히고 대한민국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