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18일)를 맞아 15일부터 20일까지 서울시교육청 보건안전진흥원 옆에서 운영되는 추모 공간. 15일 대전에서 출장차 올라왔다가 이곳에 들렀다는 14년 차 초등교사 성모(40) 씨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 교사 중에는 악성 민원까진 아니더라도 여전히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작년 서이초 사건 당시 충격이었다. ‘나만 겪은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언제든 나에게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충격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부터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날씨에도 간간이 추모 공간을 찾은 교사, 시민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헌화하고 추모 메모지를 남겼다. 시민들이 남긴 메모지에는 ‘선생님이 원하셨던 행복한 교실, 우리가 만들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등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마음과 교육 현장의 변화를 염원하는 마음이 동시에 담겼다.
추모 공간에서 만난 또 다른 교사는 “슬프고 애달픈 마음”이라면서 “주변 교사들은 본인이 당한 것처럼 감정 이입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의 시작은 가정인 것 같다. 사적인 영역에서 아이들과 소통해야 할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교사들은 과거에 비해 권위도 없는 상태에서 책임만 주어져 너무 막중한 무게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직원들도 오며 가며 추모에 동참하는 모습이었다.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헌화를 하고 추모 메시지도 남겼다. 간부가 주도해 10여 명의 직원들이 한번에 추모 공간을 찾는 모습도 보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이날 오전 추모 공간을 찾아 헌화하고 기자들과 만나 “7월 18일을 무거운 마음으로 참회하는 마음으로 다시 기억한다”면서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그런 교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앞으로 남은 과제에 대해 “(선생님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만들어왔지만, 여전히 정책과 학교 현실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면서 “서이초 1주기를 계기로 법 제도와 현실 간 차이를 좁히기 위해 다시 한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아동학대 처벌법상의 정서적 학대 조항이 교육 현장을 옥죄고, 선생님들의 교권을 침해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학교 현장에서 정서적 학대 조항이 적용될 때 그것을 학부모나 여러 교육 주체들이 악용하지 못하도록 섬세한 제한 조항이 법에 추가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교원단체에서도 추모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추모 행사를 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온라인으로 추모글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9일부터 12일까지 진행한 현장 교원 설문조사를 이번 주 중으로 발표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는 15일부터 전국 지역별로 헌화, 분향이 가능한 추모 공간을 운영하고, 18일 오전부터는 교사유가족협의회와 함께 서이초부터 국회까지 7.18㎞를 걷는 '추모걷기' 행사를 진행한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은 18일과 20일 서울교대에서 전시회와 추모 행사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