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 칼럼] 헌정질서 파괴하는 다수당 횡포 막아야

입력 2024-07-15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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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ㆍ前 부산교대 교수

국회 장악한 巨野 탄핵남발 ‘전횡’
절대다수에 대항하는 비판 묵살돼
사법부 제역할하고 국민 깨어나야

제헌절을 앞두고 헌정 질서 파괴가 우려된다. 야당은 압도적 다수 의석을 믿고 7개 형사 사건 피고인 한 사람의 사법 방탄과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해 모렴(冒廉)하게 입법 폭주와 함께 탄핵을 남발하고 있다. 급기야 공화정 파괴와 국기 문란을 초래하는 다수결의 횡포라고 비판받는다.

다수 의지에 따른 결정이라며 신봉하는 다수결은 도덕적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역설적으로 민주정치를 파괴하는 폭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나치는 당시 독일 국민 다수의 지지에서 출현하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존 스튜어트 밀과 프랑스의 알렉시스 토크빌은 민주사회에서 다수결의 위험성을 지적한 대표적 인물이다. 또 미국의 제퍼슨은 다수결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입법부의 폭정을 꼽았다.

밀은 소수 의견 존중을 강조하면서, 다수가 소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다수 의견을 무시하고 한 사람이 전횡하는 일인 독재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였다.

19세기 중반 미국의 민주주의를 예리하게 관찰한 토크빌은 다수결에 따른 무제한 권력의 폐해를 여러 각도에서 지적한 바 있다. 대한민국 헌정 파괴 방지를 위해 그중 몇 가지를 작금의 상황에 비추어 짚어본다.

첫째, 다수를 장악한 선출직은 전문성을 갖춘 임명직을 ‘노예 다루듯’ 한다. 입법과 법 집행 감독이라는 절대 권력을 손에 넣은 다수당이 임명직 관리들을 노예 부리듯 질책하는 장면은 우리가 수시로 목격하는 그대로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정략적 목적의 탄핵 남발이다. ‘방탄 탄핵, 위헌 탄핵, 위법 탄핵, 사법 방해 탄핵, 보복 탄핵’이라고 검찰총장이 비판한 검사 탄핵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이 위법 사항이 없음에도 시도되었다. 특히 후자는 시급한 방송 통신 정책의 마비를 막기 위한 위원장 자진 사퇴라는 파행을 낳았고, 후임자도 그럴 것이라고 한다.

둘째, 다수결은 주권자인 다수 대중을 타락하게 한다. 다수가 지지한 정치 세력은 자신이 그들로부터 전부를 위임받았다는 착각에서 전횡하는 오류를 저지른다. 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과 대북정책이나, 현재 제1야당이 밀어붙이는 입법 폭주가 그러하다. 그 과정에서 다수 권력을 만든 그 대중은 다수의 폭정에 굴복하여 타락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비합리적인 극한 주장을 하는 팬덤층과 이에 합당하게 대항하지 못하는 대중이 그러하다. 다수 권력에 의한 통치는 ‘억압하는 자보다 억압받는 자를 더 타락시킨다.’

셋째, 다수결로 얻은 절대 권력은 자유 사회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민주 공화정을 전제정치로 되돌린다. 봉건적 질서를 타파하는 데서 비롯된 근대 민주정치는 다수 권력에 억압당하는 대중이 거기에 복속되는 순간 민주정치에 대한 대중의 의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절대다수’에 대항하는 일체 비판이 묵살당한다. 탈원전 정책 반대와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문제는 개방적인 논의가 원천적으로 아예 봉쇄되었다. 또 다수 민의는 그릇된 편견에 사로잡혀서 여러 폐단을 낳는다. 과거 미국산 쇠고기 괴담이나 사드 괴담을 바로 잡는 데 긴 시간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었다.

이제 초법적인 다수당 권력 횡포를 막을 마지막 보루는 사법부와 언론이다. 우선 사법의 정치화와 정치의 사법화를 막아야 한다(▶본지 2024년 6월 24일 자 26면 참조). 전자는 조희대 사법부가 분골쇄신하여 ‘사상 최악의 대법원장’ 김명수 사법부의 흑역사 잔재를 일소함으로써 막을 수 있고, 후자는 ‘비열하고 저급한’ 외압과 방탄으로 늘어진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여 사법 정의가 죽지 않았음을 보여줌으로써 막을 수 있다.

언론은 관심만 끄는 낚시 기사를 삼가야 한다. 또 현재 대통령 탄핵 청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탄핵 청원 사실과 견주고, ‘청원’은 헌법상 탄핵 절차가 아니라는 점을 보도해야 대통령 탄핵이 필연인 것처럼 인식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극우’ 표현도 자제해야 한다. 좌파 성향 비판을 모두 극우라고 칭하는 것은 우파 성향 비판을 모두 ‘빨갱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처럼 부당하다.

다수결 독재를 막아낼 근본적 방법은 국민 개개인이 ‘누구에게도 무제한 권력을 주지 않는 것’이라는 토크빌의 말을 새기면서 사당이 된 다수당 횡포를 올곧게 감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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