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련병원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철회하기로 했다. 또 사직 전공의가 기존 수련 연차·과목으로 9월 수련에 재응시할 수 있도록 특례를 적용한다.
조규홍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중대본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결정은 전공의 행정처분을 중단하고, 하반기에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 수련 특례를 인정해달라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건의를 수용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수련병원 복귀나 사직 중 한쪽을 선택하도록 업무개시명령 등 모든 행정명령을 철회했다. 하지만, 전공의 현원(6월 3일 기준) 1만3756명 중 5일 출근 전공의는 1092명(7.9%), 사직 레지던트는 6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복귀도, 사직도 거부한 채 정원만 차지하고 있다. 이런 사태가 장기화하면 향후 전공의들이 복귀하더라도 수련 공백이 3개월을 초과하게 돼 내년 전문의 배출에 차질이 발생한다. 결원 확정이 안 돼 하반기(9월) 신규 전공의 수급도 어렵다.
이에 정부는 이날부터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단, 행정처분 중단이 행정처분 취소를 의미하진 않는다. 조 차장은 “모든 전공의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행정처분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면서도 “행정명령은 법에 따라 정당하게 이뤄진 조치기 때문에, 취소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수련 공백이 3개월을 초과하는 복귀 전공의들이 추가수련 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사직 전공의들이 하반기 수련에 기존 연차·과목으로 재응시할 수 있도록 특례를 적용한다. 현행 지침상 추가수련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해당연도 전문의 취득이 불가하며, 사직 시에는 1년간 기존 연차·과목 전공의 모집에 응시할 수 없다. 조 차장은 “각 수련병원은 22일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15일까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완료하고, 결원을 확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의료계는 ‘불패’ 기록을 이어갔다. 27년 만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는 내줬지만, ‘의료법’을 위반한 불법 집단행동으로 환자 피해를 초래한 데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게 됐다.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때도 정부는 파업을 주도하거나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의사 10명을 고발했으나, 단체행동 철회를 조건으로 한 의협과 합의 과정에서 취하했다. 의사 국가시험을 거부한 의대생들에게는 해를 넘겨서까지 재응시 기회를 줬다.
그간 ‘기계적 법 집행’과 ‘복귀 여부에 따른 차등 처분’을 강조해왔던 정부가 원칙을 깼다는 비판에 대해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그런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장에서 의료진 부담이 점점 커지고, 환자들의 불편·고통도 커지는 상황에서 이 상황을 계속 가지고 가는 거는 너무나 부담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서 불가피하게 그런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