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공포’는 옛말 주가는 안다…자동차·조선·기계 줄상승

입력 2024-07-02 15:04 수정 2024-07-0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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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가격 '동반하락'에 경쟁력 방어…한일 수출경합도 역시 크게 낮아져
KRX자동차지수 상반기 15.5% 상승…코스피200 중공업 지수도 33.7% ↑
경합도 가장 높은 섬유업종은 약세…"R&D 등 수출지원 강화 노력 필요"

‘역대급 엔저’ 현상에도 한·일 수출경합도가 높은 대부분 국내 주요 업종들의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엔 동조화 심화로 원화값이 동반 하락하고, 해외시장에서 한·일 수출경합도가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진 탓이다. 한국의 수출구조가 일본과 달라지며 제품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세계시장에서의 한·일 수출경합도는 0.458이다. 이는 10년 전 0.481(2012년), 5년 전(0.463)보다 낮아진 수치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석유제품의 경합도가 0.827에 달하며 가장 높았다. 이어 자동차·부품의 수출경합도가 0.658로 뒤를 이었고, 선박(0.653), 기계류(0.576) 순으로 나타났다. 수출경합도가 1에 가까울수록 수출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경합도가 추세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건 해외시장에서 한·일 제품간 경쟁이 약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KRX자동차 지수 상반기 15.5% 상승

자동차, 선박, 기계 등 한·일 수출경합도 상위 업종은 엔저 우려와 달리 올해 주가가 대부분 상승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자동차 지수는 올 상반기 15.5% 상승했다. 현대차 주가는 45% 올랐고, 기아와 현대모비스도 각각 29.3%, 6.1% 상승했다. 선박업종이 포함된 코스피200 중공업 지수는 올 상반기 33.7% 올랐다. HD한국조선해양(31.4%), HD현대중공업(20.7%), 삼성중공업(20.7%), 한화오션(21.7%) 등의 주가도 상승했다. 기계 업종이 포함된 KRX기계장비(3.6%), 코스피 기계(23.3%) 지수를 비롯해 LIG넥스원(65.6%), 한화엔진(59.7%), 두산에너빌리티(26.4%) 등의 개별종목 주가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원·엔 동조화 심화에 따른 원화값 동반 하락이 주요 수출경합 업종의 우려를 달랬다. 2014년 이후 원·엔 동조화가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2021년부터는 두 환율의 움직임이 방향뿐만 아니라 크기에서도 유사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2021년 이후 원·엔 환율 상관계수는 매우 높은 수준인 0.973에 달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엔간 동조화 현상이 강해진 상황에서 엔화 가치 급락 현상은 당연히 원화 가치 하락 압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원·엔 환율이 하락할 때(원화 강세·엔화 약세)도 일본 대비 한국 수출이 더 강한 모습을 보인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원·엔 환율이 하락할 때 한·일 수출 상관계수는 -0.74로 상당히 높은 역의 관계로 나타났다. 무역수지도 한국이 더 빨리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당 엔화값이 10% 떨어지면 한국 수출금액은 0.1% 감소해 영향이 미미하다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주요시장에서의 한·일 수출경합도도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한·일 수출경합도는 2012년 0.498에서 2017년 0.516으로 올랐지만, 2022년 0.486으로 다시 떨어졌다. 중국시장에서의 수출경합도도 2012년 0.492 → 2017년 0.467 → 2022년 0.414로 낮아졌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경합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한·일 간 수출구조가 달라지고 있거나 한국 제품 경쟁력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며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중국 수출 점유율이 주춤한 상황에서 일본 대비 한국 수출 점유율은 안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석유업종은 약세…“수출경쟁력 강화해야”

다만, 수출경합도가 가장 높은 석유업종은 약세다. 올해 상반기에 석유를 포함한 코스피200 에너지·화학 지수는 13.7%, KRX에너지화학 지수는 13.9% 각각 하락했다. 개별종목으로 살펴봐도 LG화학(-30.8%), 한화솔루션(-30.1%), 롯데케미칼(-25.1%), 대한유화(-11.5%) 등의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상대적으로 일본 석유화학기업들은 줄어드는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몸집을 키웠다. 엔저 장기화는 이에 힘을 보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의 주요 석유화학업체의 내수 비중은 2000년대 초반 60~70%에 달했지만, 현재 절반을 밑돌고 있다. 스미토모화학(Sumitomo Chemical)은 내수 비중이 32% 그치고 도레이(Toray) 39%, 미쓰비시화학(Mitsubishi Chemical) 역시 현재는 51% 내외로 2007년 73%에 달했던 것과 비교해 상당히 축소됐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석유기업들은 일본 정부의 저금리 기조 유지 및 엔화 약세 유도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에 힘입어 엔저 지속에 근거한 수출 경쟁력 상승, 해외시장 진출 교두보 등을 마련해 경쟁력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강내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엔화 약세 추세 속에서 우리나라 수출 주력 업종의 수출이 위축되지 않기 위해서는 생산성 제고를 통한 비교우위 개선이 중요하다”며 “설비투자를 비롯해 일본과의 수출경합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 등 수출지원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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