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법개정안 중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상속세 개편’을 꼽으면서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달아오르고 있다. 여당을 중심으로 상속세율을 인하하거나 유산취득세·자본이득세 등 대안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측 간사로 거론되는 박수영 의원은 1일 국회에서 ‘상속세, 왜 자본이득세로 가야 하나’ 세미나를 열고 “(우리나라 상속세는) 세계 최고 수준인 50%의 세율에 경영권 승계 시 20% 할증까지 더해져 (실질 최고 세율이)무려 60%에 달하게 되면서 기업의 해외 이전, 매각, 투자 위축을 유도하는 징벌적 세금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세제 문제와도 관계돼 있기 때문에 이번 논의가 여러 (해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개편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우리나라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여기에 최대주주 주식할증을 적용하면 상속받은 재산의 6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미나 발제에서 “기업은 승계 시 상속세 부담에 대비하기 위해 재투자보다는 기업자산 매각 혹은 배당 증가를 할 수밖에 없어 국가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상속과세의 전반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속세 및 증여세는 많은 국가에서 폐지·완화하는 추세이고 폐지하는 경우 자본이득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이득세는 상속받은 자산을 실제로 팔아 현금화하는 시점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상속 시점’에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스웨덴·호주·캐나다 등이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를 도입했다.
자본이득세로의 전환은 지난달 대통령실에서도 직접 언급하는 등 당정이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주제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상속세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그 다음으로 유산 취득세·자본 이득세 형태로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상속세 개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재계의 세제개선 요구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 기획재정부에 △상속세 최고세율 50%→25% 인하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폐지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선 등의 내용이 담긴 건의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이달 말 상속세 개편을 예고한 상황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속세 부담이 높은 수준이고, 현재 제도 자체가 20년 이상 개편되지 않아서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기본적 인식이 있다”며 “시급성과 필요성을 고려해 7월 말 세법개정안 마련 때 담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만 상속세 개편은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국회 기재위는 7월 임시국회에서 간사를 선임한 뒤, 본격적인 세제 입법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세수 확충 방안 없는 정부의 상속세 개편에는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석열 정부는 상속세·종부세·금투세 등 3대 부자감세에 드라이브를 걸며 초부자 세금 깎아주기에 올인하고 있다”며 “2년간 76조원 세수 펑크라는 ‘역대급 경제 참사’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정부의 7월 세법 개정안 발표에 대응한 ‘재정 파탄 청문회’도 예고하고 있다. 국회법상 입법청문회는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돼 민주당 단독으로 열 수 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써야 할 예산은 많은데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아서 계속 빚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내놓을 세법개정안을 본 뒤 당의 입장을 정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조지연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민생 경제가 정말 어렵다. 민주당이 그러한 법안(정부 주도 세제 법안)을 속전속결로 다루지 않고 본인들이 취사선택한 정쟁 법안만 입법 독주한다면 국민들께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실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