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간 재산범죄엔 형벌 면제’ 친족상도례…헌재 “헌법불합치” 결정

입력 2024-06-27 16:01 수정 2024-06-2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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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말까지 법 개정해야…‘반의사불벌죄’ 조항은 합헌
‘가족 갈등’ 박수홍‧박세리 사례 대표적…“입법 재량 일탈”

친족 간 재산 범죄에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1953년 도입된 지 71년 만이다.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심판 선고를 앞두고 자리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심판 선고를 앞두고 자리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헌재는 27일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의 적용은 중지되고, 2025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상실한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은 형사 피해자가 법관에게 적절한 형벌권을 행사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며 “입법재량을 명백히 일탈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것으로서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헌법불합치로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판 대상 조항의 위헌성은 일정한 친족 사이 재산 범죄와 관련해 형사처벌 특례를 인정하는 데 있지 않고, ‘일률적으로 형 면제’를 함에 따라 구체적 사안에서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형해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 위헌성을 제거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선택가능성이 있을 수 있으며, 입법자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어 입법자에게 입법 개선을 명하는 적용 중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형법 328조 1항은 부모‧자식과 같은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등 사이에서 벌어진 절도‧사기·횡령·배임죄 등 재산 범죄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가까운 친족 사이에는 재산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쓰는 경우가 많아 친족 간의 재산 범죄에 대해서는 가족 내부의 결정을 존중해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앞서 헌재는 2012년 형법상 ‘친족상도례’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렸으나, 이번엔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을 뒤집었다. 그동안 사회 변화로 인해 친족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친족 간 재산 범죄가 증가하면서 현실에 맞게 손질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22년 방송인 박수홍 씨가 친형 부부를 수십억 원 횡령 혐의로 고소한 사례가 꼽힌다. 당시 그의 부친이 “자금 관리를 내가 했다”고 나섰던 일이 거론된다. 친족상도례 규정을 악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내 대표 골프 스타인 박세리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 역시 부친의 사문서위조 혐의 및 채무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헌재는 이날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동거가족을 제외한 친족이 저지른 재산 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정한 제328조 제2항은 합헌으로 결정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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