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대에도 러시아 푸틴 품은 베트남…득일까 실일까

입력 2024-06-20 15:31 수정 2024-06-2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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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앞세워 美ㆍ中 열강과 균형 외교
바이든 국빈방문 9개월 만에 푸틴 초청
푸틴 방문 통해 원자력 등 에너지 협력↑
FT “특정국 정치게임에 끌려가지 않아”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2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또럼 베트남 국가주석과 오찬 회담을 하고 있다. 하노이/AP연합뉴스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2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또럼 베트남 국가주석과 오찬 회담을 하고 있다. 하노이/AP연합뉴스

북한 방문을 마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새벽 베트남에 도착, 국빈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국빈초청한 지 9개월만이다. 러시아와 밀착 관계 구축에 나선 베트남을 놓고 다양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그리고 푸틴과 관계를 차례로 형성하면서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중립유지외교)가 승리를 거뒀다”라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새벽 베트남 하노이 국제공항에 내렸다. 베트남 부총리와 공산당 대외관계위원장 등이 그를 영접했다.

이날 정오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환영행사를 시작으로 럼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나섰다. 이후 베트남 국가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등 권력 서열 1∼4위를 모두 만난다.

양국은 무역과 경제ㆍ과학ㆍ기술 분야를 논의하고 국제적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이를 통해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하는 한편, 공동성명도 채택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 앞서 전날 베트남 공산당 기관지 ‘난단’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베트남에 원자력 과학기술 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원전 산업발전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빈방문에서 원자력 등 에너지 분야에서 주요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방문은 푸틴 대통령의 다섯 번째 베트남 방문으로, 국빈 방문은 2013년 이후 두 번째. 그가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적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북한과 베트남 등 소수에 머물러온 기존 동맹국의 지지를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베트남은 미국 등 서방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외교를 지향하고 있다.

앞서 2016년 베트남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은 “미국이나 중국 중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실용적이고 균형적인 베트남만의 독립적 외교를 구축하자”고 강조했다. 이때 나온 단어가 이른바 ‘대나무 외교(bamboo diplomacy)’다. 실익이 있다면 어느 나라와도 손을 수 있다는 실리주의가 원칙이다.

실제로 작년 9월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12월에는 시 주석이 각각 베트남을 방문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조했다. FT는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문으로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가 결국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푸틴의 베트남 방문에 앞서 미국은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계속하며 세계적인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에 어떠한 지원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더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명백한 국제법 위반을 외면할 수 없다"며 "어떤 국가도 푸틴 대통령에게 그의 침략전쟁을 촉진할 플랫폼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FT는 향후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가 붕괴(disrupt)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미ㆍ중 무역전쟁에서 시작한 진영논리가 팽배해진 가운데, 베트남이 가장 적극적으로 중립적인 지위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ㆍ러시아까지 주요 강대국으로부터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었을 뿐 아니라 자칫 특정 국가의 정치 게임에도 끌려가지 않았다.

FT는 싱가포르 ‘유소프 이샤크(Yusof Ishak) 연구소’의 분석을 인용해 “베트남은 강대국과의 조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번 게임을 꽤 잘 마무리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역시 베트남이 지닌 지형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한 양국 관계는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푸틴의 방문으로 “베트남이 서방국가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동안 중립을 지켜온 베트남의 노력이 수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베트남의 전략적 대응은 푸틴 대통령의 일정 곳곳에 녹아들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계 JW 메리어트 호텔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이날 새벽 도착한 푸틴 대통령은 프랑스계 소피텔 호텔에 머물렀다. 미국의 제재를 의식하면서 러시아를 배려한 결정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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