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실적 발표한 5월 한달에만 1.8배 급증
적극적인 자본효율 작업
기업 실적 호조도 뒷받침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일본 전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자사주 취득범위 설정 상황을 조사한 결과 1~5월 설정된 자사주 매입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한 약 9조 엔(약 79조 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로 지난해 3월 일본 상장사 순이익 총액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 연간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의 9조6000억 엔에 육박해 3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 확실시 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4월은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지만, 5월 한 달에만 전년 동월 대비 1.8배 급증한 5조8000억 엔으로 역대 최대 월간 증가폭을 기록했다. 상당수 기업이 5월에 지난 회계연도 실적 발표와 함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자본효율 개선 요구에 따라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그동안 일본 기업들은 저평가에 시달려왔다. 저평가에서 벗어나려면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이 관건이다. ROE를 높이려면 순이익을 늘리거나 자기자본을 줄여야 하는데 자사주 매입으로 시장의 유통주식을 감소시켜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면 된다. 이는 곧 주가순자산비율(PBR)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에 도쿄증권거래소는 일본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지난해 PBR이 1배가 되지 않는 상장사에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일 개선 방침과 이행 목표를 공시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여전히 저평가된 기업들은 50%에 육박한다.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기업 중 47%에 달하는 287개사가 PBR이 1배 미만이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PBR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부문이다. 해운업체 니폰유센은 지난달 최대 1000억 엔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는데, 그 결과 이 회사의 PBR은 0.78배에서 0.85배로 올랐다.
기업들의 호실적도 자사주 매입 확대를 뒷받침하는 요소다. 지난달 도요타는 2023회계연도 영업이익이 일본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5조 엔을 돌파했다고 밝히면서 올해 최대 1조 엔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기업들도 투자자 이탈을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4일 소니그룹은 실적 부진을 예상하면서도 올해 최대 2500억 엔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해 다음 날 주가가 8%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