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경제가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의 경기 회복세가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해 하반기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정당국은 추경 편성이 현재 안정 추세를 보이고 있는 물가 상승을 자극시킨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22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상반기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 경제가 전년대비 2.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기로 나눠보면 상반기엔 2.9%, 하반기엔 2.3% 각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우리 경제가 상반기에 좋아지고, 하반기엔 부진한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이란 얘기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1%)를 상반기 2.2%, 하반기 2.0%로 제시했다.
올해 우리 경제가 하반기보다 상반기에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상반기 수출 호조세도 있지만 정부의 역대 최대 수준인 재정 조기 집행도 한 몫한다.
재정 조기 집행은 효율적인 국가재정운용 및 선제적인 경기변동 대응을 목적으로 2002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상반기의 재정집행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1월 민생경제 회복 등을 위해 연간 계획된 재정(중앙재정‧지방재정‧지방교육재정) 561조8000억 원 중 351조1000억 원을 상반기에 집행하기로 했다. 이는 역대 최대 재정 조기 집행 규모다. 중앙재정의 상반기 집행률(65%)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재정 집행은 전년동기대비 47조4000억 원 늘어난 213조5000억 원을 달성했다. 상반기 목표(351조1000억 원) 대비 1분기 집행률이 60.8%에 달한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상반기에만 351조1000억 원의 재정 조기 집행 달성 시 하반기에 투입될 재정이 210조7000억 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경기 부진이 예상되는 하반기에는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투입이 상반기보다 저조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경기 침체 시기에 대응할 재정이 부족한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재정 역할이 중요해지는 경기침체 시기에 재정확대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며 "소극적 재정 지출이 지속되면 경기침제 가속화, 이에 따른 세수부족 등의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25만 원 지급 등을 위한 추경 편성을 정부에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정부는 추경 편경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추경을 통해 재정 지출을 확대하면 경제 성장에 플러스가 될 수 있지만 현재 2%대로 낮아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며 "이는 민생경제 회복에 악영향 줄 수 있다"고 말했다.
KDI도 대규모 내수 부양 등 인플레이션 안정 추세를 교란할 수 있는 정책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해선 통화당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한데 자칫 재정 확대가 금리 인하 시기를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긴축재정을 의미하는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도 추경 회의론을 키우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그간 정부에서는 하반기 경기 부진이 예상되면 추경을 편성해 경기 대응에 나섰지만 현 정부는 국가 빚(국채발행)을 늘려 경기 부양하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에 추경 편성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2024~202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50%초중반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경기 부양을 위한 국채발행을 되도록 지양하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