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다음 달 취임하는 임현택 제42대 회장 당선인으로 대정부 투쟁의 구심점을 일원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택우 의협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은 28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개최된 제76차 의협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그간의 비대위 활동을 보고하고 이같이 밝혔다.
비대위는 2월 이필수 제41대 의협회장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해 사퇴한 이후 의협 대의원회 산하에 조직됐다. 그간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저지하기 위해 집회와 언론 브리핑 등 대국민 홍보 활동을 주도해왔다. 활동 기간은 이달 30일 종료된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활동 기간 정부의 정책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원점 재논의라는 목표하에 3개월 동안 각고의 노력을 다했지만, 목표 미완성으로 활동을 종료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3월 3일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4만 명이 모여 불합리한 정책 저지를 위한 회원들의 의지를 확인했다”라며 “많은 국민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교수들까지 사직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라며 의료계 혼란을 진단했다.
의협 비대위를 향한 정부의 수사와 행정적 조치에 대한 불편함도 드러냈다. 정부는 2월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3월에는 이들의 거주지와 서울 용산구 소재 의협회관을 압수수색했다. 이달 26일에는 임 당선인의 휴대전화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한 바 있다.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과 김 비대위원장의 의사 면허는 3개월간 정지된 상태다.
김 비대위원장은 “현재도 비대위에서 활동한 구성원들이 수사를 받고 있으며, 비대위에서 진행했던 회의 내용은 경찰에 일일이 보고되는 사안이라서 이번 발표 자료에도 주요 내용을 상세히 적지 못했다”라고 했다. 이어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과 나는 전 국민이 모두 아는 3개월의 ‘공식 휴가’를 받은 상황이고, 비대위 활동이 종료되는 2일 뒤에는 백수가 된다”라고 자조했다.
취임을 앞둔 임 당선인의 활동에 대한 격려도 덧붙였다. 비대위는 임 당선인 선출 직후 비대위 운영 방향과 대정부 소통을 두고 마찰을 겪었지만, 이달 14일 진행된 비대위 제8차 회의 이후 임 당선인은 “오해와 서운했던 점에 대해 김택우 위원장과 충분히 의견교환을 통해 잘 풀었다”라며 합치 분위기를 조성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가 비록 임무를 완수하지는 못했지만, 비대위 임무를 자연스럽게 신임 집행부에 넘겨드리는 것이 저의 생각이다”라며 “강력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5월부터 새 집행부에서 문제 상황을 잘 해결해줄 거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의협 대의원들은 박성민 제30대 대의원회 의장의 임기가 종료됨에 따라 제31대 의장 선거를 진행했다. 김교웅 후보와 이광래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김교웅 후보가 참석 대의원 228명 중 132표를 얻어 당선됐다.
김 후보는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서울시 구로구의사회장과 서울특별시의사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의협에서 한방대책특별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 당선자는 “의사들이 개혁의 대상, 돈 많은 카르텔로 호도를 당하고 있다”라며 “의사 생활을 하면서 이 직업에 대해 이정도로 회의를 느낀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의원회는 의사들의 자존심인 만큼, 회원들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김 의장 당선자와 함께할 부의장으로는 한미애, 김영준, 나상연, 박형욱 후보가 대의원들의 선택을 받았다. 감사는 김경태, 김종구, 박원규, 임인석 후보가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