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이라 무시했다간 큰 코 다친다…거래소發 가상자산 주목 [블록렌즈]

▲자오창펑 전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 ( 사진제공=바이낸스)

비트코인, 이더리움의 뒤를 잇는 시가총액 3위 가상자산은 바이낸스 거래소가 발행한 바이낸스(BNB)코인이다. BNB의 앞에 26일 기준 시가총액 1106억 달러(약 152조 원)를 자랑하는 스테이블 코인 테더가 있으나 코인 간 거래를 하기 위한 '달러'로 여겨지는 만큼, 실질적인 가상자산 시가총액 3위는 바이낸스 코인(약 128조 원)이다.

바이낸스 코인은 자오창펑 전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 주도로 2017년 9월 탄생했다. 당시에는 '테더'를 발행한 홍콩 기반의 거래소 비트파이넥스와 미국의 폴로닉스가 최대 점유율을 자랑했다. 중국계 거래소였던 바이낸스는 당시 변방에 위치한 거래소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듬해 비트파이넥스와 폴로닉스가 연달아 해킹 사태가 발생하며 선두 자리를 반납했고, 빈자리를 바이낸스가 빠르게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낸스, 자기발행코인 도입으로 성공 내러티브…세계 1위 부상

(게티이미지뱅크)

바이낸스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내세운 히든카드는 바로 '바이낸스 코인'이었다. 바이낸스는 2017년 이더리움의 코드를 일부만 수정해 '바이낸스스마트체인(BSC)'을 만들고 해당 체인 위에 가상자산을 발행한 뒤 가상자산공개(ICO)를 통해 직접 판매한 바 있다. 발행 수 총 2억 개 중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된 바이낸스 코인은 개당 0.1달러에 1억 개가 판매됐다.

바이낸스는 자체 가상자산으로 거래할 경우 거래 수수료·입출금 수수료·마진거래 수수료 등을 감면해주는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바이낸스 코인도 거래소 내에서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한 특성이 있는 만큼, 거래소 내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시세가 점차 상승했다.

여기에 2021년 가상자산 시장의 급성장으로 바이낸스 코인이 크게 올랐다. 앞서 바이낸스는 신규 서비스인 런치패드·런치풀을 통해 자체 코인을 기축통화로 구축했다. 바이낸스 런치패드란 공고 전 일주일 동안 거래소 지갑에 가상자산을 보유한 대상자에 한해 신규 상장할 가상자산을 획득할 기회를 주는 일종의 '공모주' 개념의 서비스다. 런치풀 서비스란 가상자산 거래소에 신규 상장이 확정된 코인에 대해 거래소 코인 예치를 하게 되면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사용자에게 해당 코인을 에어드롭(무료 배포)하는 서비스다.

바이낸스 런치패드 출신 프로젝트로는 폴리곤(MATIC), 더 샌드박스(SAND), 엑시 인피니티(AXS), 스테픈(GMT)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메타버스 게이밍 플랫폼 더 샌드박스는 상장 직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신고가(ATH)가 공모가의 1000배를 넘어서기도 했다.

바이낸스의 새로운 서비스는 가상자산 사용자들에게 공모주 같은 역할로 '따상(공모가 대비 2배)'을 안겼다. 최근 바이낸스는 아비트럼, 세이, 수이, 사이버커넥트, 펜들과 같은 대형 레이어·인프라 프로젝트와 봉크, 페페와 같은 시가총액 상위권에 자리한 밈코인들을 런치풀 서비스를 통해 흥행시키며 현재 600달러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됐다.

잇따른 벤치마킹에 거래소 가상자산 '우후죽순'…바이비트는 레이어2 시장 선점

(출처=맨틀 공식 홈페이지 캡처)

바이낸스가 혁신적인 전략으로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자 대다수의 중국계 거래소는 이를 모두 추종했다. 우후죽순처럼 자기발행코인이 발행된 가운데 두각을 드러낸건 바이비트와 오케이엑스였다.

26일 크립토랭크 기준 전 세계 가상자산 거래량 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바이비트도 앞서 바이낸스의 모델을 카피해 동일한 런치패드·런치풀 전략으로 사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비트다오(BIT)를 발행했다.

비트다오 토큰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비트의 탈중앙화 자율조직(DAO) 비트다오의 거버넌스 토큰으로 중앙화된 바이낸스 코인과는 다르게 일종의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실질적으로는 바이비트가 주도하는 모양새였으나 표면적으로라도 탈중앙화의 성격을 보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바이비트는 여러 밴처캐피털(VC)과 투자조합을 결성한 뒤 '주식회사' 비트다오에 꾸준하게 투자를 했고, 비트다오는 이를 다른 프로젝트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확장했다. 대체불가토큰(NFT) 예술 공동체인 플리저다오에 650만 달러(약 82억 원)의 프라이빗 투자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바이비트는 비트다오를 통해 유망 프로젝트를 선점한 뒤 자신들의 거래소로 우선 상장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바이비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비트다오를 '맨틀(MNT)'이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했다. 경쟁자 바이낸스를 두고서 단순 상장으로는 수익 모델에 한계를 느낀 것이다. 이에 바이비트는 레이어2 시장을 노렸다. 레이어2란 값비싼 수수료를 절감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맨틀은 기존 대비 더욱 빠른 속도와 넓은 확장성, 저렴한 수수료를 특징으로 한다. 차세대 가상자산 테마로 기대를 모으는 실물연계자산(RWA)과 리퀴드 스테이킹 프로토콜(LSP)을 활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그중 유동 스테이킹은 가상자산 보유자로부터 코인을 받고 이에 상응하는 가격의 토큰을 발행해주며 자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탈중앙화금융의 특징이다.

이더리움 유동화 프로토콜로 변모한 맨틀은 출시와 동시에 올 초 예치금(TVL) 1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와 함께 맨틀의 가격도 급등, 코스모스·파일코인 등을 제치고 시가총액 31위(약 4조9644억 원)에 올랐다.

점유율 3위 거래소 오케이엑스는 바이낸스와 바이비트의 전략을 모두 따라했다. 오케이엑스는 2018년 OKB 코인을 발행한 뒤 바이낸스 런치풀을 벤치마킹한 점프스타트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달 레이어2 'X레이어'를 개발하는 등 바이비트의 레이어2 전략도 도입했다.

2018년 4.76달러에서 출발한 OKB는 어느새 52.49달러로 상승하며 시가총액은 37위(약 4조3250억 원)에 올랐다.

중국계 거래소, '불투명' 장부로 논란… OKB는 올 초 50% 급락하며 '투자 주의보'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중국계 거래소의 자기발행코인은 꾸준히 우상향을 그린만큼 어둠도 존재했다. FTX 사태 당시 많은 거래소가 자금 관리 소홀에 지적을 받았다. 특히 중국계 거래소 대다수가 가상자산 사업자를 획득할 필요가 없어 사전 준비금 공개 등의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이트아이오, 후오비, MEXC, 쿠코인 등 거래소도 이와 같은 비판을 직면한 바 있다.

세계 1위 거래소 바이낸스도 이와 같은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로이터통신은 FTX사태 이후 바이낸스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낸스가 2020~2021년 고객 자금을 회사 자금을 섞어 보관해 미국 금융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섞인 고객과 거래소 자금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바이낸스는 법적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낸스는 창업자 자오창펑이 지난해 11월 돈세탁, 은행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며 CEO 직에서 내려오는 등 각국 당국의 압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로이터에 따르면 자오창펑 전 바이낸스 CEO는 미 검찰로부터 징역 36개월을 구형받으며 이달 30일 구속의 기로에 놓였다.

다만 자오창펑의 퇴진에도, 바이낸스의 사업 자체에는 큰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대표진의 교체로 그간 시장 내에서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자성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오케이엑스의 가상자산 OKB도 올 초 비정상적인 가격 변동으로 3분 동안 50% 이상 하락했다.

당시 OKB 가격이 폭락한 구체적인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고래(가상자산 고액 투자자)가 가상자산을 대량 매도해 ‘플래시 크래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플래시 크래시는 고래, 기관투자가 등 대규모 가상자산 보유자가 갑작스레 시장에 물량을 쏟아내 자산 가치가 단기간에 하락하는 현상이다. 자금 운영 흐름이 불투명한 만큼 투자자가 자세한 내용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것이 위험요소로 손꼽혀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오케이엑스 측은 “담보 대출, 마진 거래, 환전 등 비정상적인 청산으로 발생한 추가 손실을 사용자에게 전액 보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