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ㆍ화학분야 만성 인력부족…채용부터 고용유지 돈에 허덕
“메모리 쪽 반도체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이 크게 성장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비메모리 반도체 쪽은 전무하다. 제품 개발하더라도 테스트나 샘플하나 만드는데도 억 단위의 비용이 들어서 양산까지 이끌어나가는 게 쉽지 않다. 국가나 대기업 지원 없으면 발전하기 힘들다.”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 A업체는 최근 인공지능(AI)과 함께 전 세계적인 반도체 산업 부상으로 연구개발(R&D)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반도체 관련 인력은 가뜩이나 모시기 어려운 환경인데 최근 글로벌 대기업들의 대규모 채용에 회사에 남은 인력 지키기도 힘들고, 새로운 직원 채용도 어렵다.
◇작은 기업은 신기술 할 수 없는 시대 =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기술 개발이 기업의 사활을 결정짓는 중소기업의 경우 관련 연구 인력을 구하지 못해 기술 발전의 한계를 느끼는 급격히 사례가 늘고 있다.
기술 개발 중소기업은 고급인력을 채용할 때 높은 고정 인건비와 긴 채용 과정, 채용 실패 리스크 등을 극복해야 한다. 채용 후에도 기술 노하우가 쌓인 고급 인력이 이직 유혹을 이길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숙제다. 연구 인력 확보는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하는 첫 단계면서 모든 것이라고 할 만큼 중대한 사안으로 꼽힌다.
최근 인공지능에서부터 로봇, 전기차, 배터리, 블록체인 등 신성장 산업에서 연구 가능한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연봉이나 처우, 복지 등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기업에선 연구·개발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중소기업 B업체는 지난해 매출액이 50%가 넘게 성장했음에도 영업이익은 오히려 20% 가까이 감소했다.
B업체 관계자는 “개발 인력 투자 때문에 이익이 감소한 영향”이라며 “신규 제품을 계속 개발하고 있는데 연구 인력을 충원한 점이 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기업들이 기술 연구 인력을 대규모로 채용하는 분위기라 연구 인력이 원하는 연봉 수준이 상당히 올랐다”라며 “중소기업 입장에선 신기술 관련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 인력을 모집하기 위해 비용 부담이 확 커졌다”라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3년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소프트웨어(SW) 등 12대 주력산업 분야 기술인력 부족 인원은 2만9783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3.7% 증가한 수치다. 전체적으로 종사 인원이 2년 연속 증가했지만, 부족률은 2.6%로 전년 대비 0.1%포인트(P) 상승했다. 기술인력 부족 현상이 여전하다.
◇중기 소프트웨어·화학 분야 인력 부족 가장 높아 = 중소기업의 고부가가치화는 R&D 활동을 통한 기술개발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작은 기업일수록 연구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수 대비 산업기술인력의 비중은 5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에서 39.1%로 가장 높지만, 100~299인 사업체에서 29.6%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산업기술인력의 부족률은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산업기술인력의 확보 및 조달에 애로를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체 규모별 부족률을 보면 10~499인 중소·중견 규모 사업체(2.9%)의 산업기술인력 부족률이 5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0.4%)보다 2.5%p 이상 높았고, 그중 10~29인 사업체의 부족률이 3.8%로 가장 높았다.
산업군 가운데서도 소프트웨어 인력 부족률이 4.1%로 가장 높았다. 반도체(1.6%), 자동차(1.9%), 디스플레이(0.7%) 등 다른 업종에 비해 2~3배 이상 높은 수준을 보였다.
소프트웨어는 AI 시대를 맞아 중요성이 계속 커지는 분야다. 구글 알파고 열풍부터 가깝게는 최근 생성형 AI 챗GPT까지 이슈가 터질 때마다 SW 인력 부족 문제가 대두됐다. 각계에서 전문인력 양성의 시급함을 강조했지만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밖에 화학(3.5%), 바이오·헬스(3.5%), 섬유(3.0%) 등으로 조사됐다.
◇신기술 나오면 연봉 급등 후 인력 유출 = 최근 몇 년간 기술집약 산업에선 이차전지, AI, 로봇, 반도체,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관련 기술을 보유한 인력들의 수요가 커지면서 이들이 요구하는 급여가 치솟는다. 자금이 넉넉한 대기업에선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봉을 2~3배 주는 것도 아끼진 않는다. 인력 확보 경쟁이 과열되면 최우수 인력뿐 아니라 일반 기술 인력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까지 손을 뻗친다.
실제로 기존 연구 인력이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습득한 후 몸값을 불려 이직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예컨대 제조 로봇공학자가 AI 기술을 습득해 융합인재로 인정받으면 몸값 2배는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신기술 탄생과 발전이 빠르게 일어나면서 중소기업에선 고급인력을 잡을 수 있는 유인이 상실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