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11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 위치한 4·16 민주시민교육원 기억교실에서 만난 오세영(30) 씨는 이 같이 말하며 익숙한 듯 기억교실 안을 거닐었다. 오 씨는 “직장이 근처여서 아직 여기 안 와봤다는 동료를 데리고 들렀다”면서 담담히 말했다.
참사 10주기를 맞는 기억교실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기억교실은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2학년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이 사용하던 교실 10개와 교무실 1개를 복원한 추모 공간이다. 건물은 총 4개층으로, 2층에 2학년 7~10반과 교무실을, 3층에는 1~6반 교실이 자리했다.
14일 4·16기억교실에 따르면 2021년 4월 단원고에서 옮겨와 개관한 기억교실에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3만 명이 다녀갔고 올해는 이날까지 9000명이 찾았다. 기억교실 관계자는 "10주기인 이번달에는 단체 방문 예약이 많이 잡혀있다"고 밝혔다.
각 반에는 학생들이 사용했던 책걸상과 사물함, 시간표 등이 복원됐다. 달력과 대학 입시 요강 안내표 등은 2014년 4월에 머물렀다. 책상 위에는 사진과 편지, 학생들의 장래희망이 쓰인 나무패 등이 놓였다. 요리사를 꿈꿨던 한 학생의 책상에는 미래 요리사가 된 모습의 인형이 우뚝 서 있었다.
10주기를 맞아 서울에서 중국인 친구와 함께 기억교실을 방문했다는 송선형(23) 씨는 “사실 10주기이기도 하고 그래서 최근 관련 기사를 많이 봤는데, 기사에도 자세히 나와 있지는 않은 것 같아서 직접 보러 왔다”면서 “참사 당시 뉴스를 보면서 ‘정말 실감이 안 난다’고 생각했었는데, 여기 와서 직접 보니 그게 정말 당시 있었던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기억교실에서 만난 송수윤(25) 씨는 “안산에 살면서도 한번도 안 와봤는데, 10주기 날짜가 다가오고 하니까 친구랑 같이 추모하는 마음으로 들렀다”면서 “이미 시간이 많이 흘렀고 돌이킬 순 없지만, 앞으로 이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시흥 웃터골 초등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왔다는 학생들은 “책상 위 유품들을 보니 저절로 손이 공손하게 모아졌다”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모았다.
추모를 위해 만든 나비 모양 학예품을 들어보이던 신주하(11) 양은 “세월호를 꼭 기억하겠다는 뜻을 여기 담았다”면서 “희생자분들께 방명록도 직접 남겼는데, 사람들의 이름이 기억에 가장 남는다”고 전했다.
손나린(11) 양은 “참사 당시에는 한국 나이로 3살이었기 때문에 기억은 없다”면서도 “학교에서 선생님께 배워서 다 안다. (참사는) 추모해야 하는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11일 기억교실에서 1km 남짓 떨어진 4·16 기억저장소에서는 참사 10주기를 맞아 시민 기록전 ‘마을의 4·16’이 열리고 있었다.
이곳의 관리자인 윤은정(56) 씨는 “참사 10주기를 맞아서 마을 시민들이 기록한 서로의 아픔을 보듬기 위한 10년 간의 활동 내용들을 전시했다”고 소개했다.
전시장에서는 안산의 상록구 일동, 사동, 반월동, 단원구 와동, 고잔동 등 5개 마을에서 진행한 '이웃간 대화 모임', '밥 나눔 모임' 등 마을 활동에 대한 소개가 이뤄지고 있었다.
천장에는 참사 희생자 304명을 기리는 ‘기억등’ 304개가 달렸다. 각 기억등 안에는 희생된 친구들이 갖고 있던 소품 등이 들어있었다.
윤 씨는 “이 기억 등에 들어 있는 1만 원짜리는 부모님이 수학여행 가는 아이 주머니에 넣어놨던 건데 구조대에 의해 발견됐던 것”이라면서 “이렇게 사연이 있는 물건들이 여기 전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참사가 10년이 돼가니까 찾아오는 사람도 점차 적어지고, 이 지역 자체가 재개발 구역이라 언제 없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면서 “가능하다면 시민들이 갖고 있는 4·16에 대한 기록들을 모아서 전시를 해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