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었던 바이오 투자 시장이 미국을 중심으로 살아나고 있다. 활황기였던 코로나19 수준은 아니지만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잠재력이 있다면서도 차별화된 점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28일 서울 마포구에서 ‘국내 바이오 기업 발굴을 위한 글로벌 투자유치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해외 투자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글로벌 바이오 투자 시장을 진단하고 자금을 조달 전략을 모색했다.
글로벌 바이오 투자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경제위기와 고금리로 얼어붙으며 바이오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글로벌 시장데이터 조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2023년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규모는 2021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미국 시장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이를 중심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 점차 살아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웬첸 용화캐피탈 파트너는 “미국 시장은 올초부터 회복하고 있다. M&A와 IPO의 규모는 작지만 조금씩 증가하고 있어 시장이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투자사들은 투자의 근거로 동물 데이터 대신 임상 데이터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샤오밍 ABC 임팩트 최고운용책임자는 “바이오 섹터는 2021년 최고점을 찍은 후 규모가 줄었다. 지난 6개월 동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고점 대비 50% 수준”이라면서도 “올초부터 투자가 일어나면서 상황이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 나아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때까지 현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추엔안릉 실버다트캐피탈 설립자는 “지금 시기에서는 R&D에 집중하며 어느 파이프라인이 회사에 큰 이익이 될지 생각해야 한다”며 “R&D 비용 이외 인건비 등 회사 운영비가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고 경비를 아껴야 한다. 글로벌 빅파마도 비즈니스 비용을 만들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 파이프라인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왕 오비메드 이사는 “파이프라인이 광범위한 경우가 있다. 지금의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없다면 임상 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에 집중해야 한다. 개발 초기 단계 물질이나 공동개발을 잠시 중단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웬첸 용화캐피탈 파트너도 “회사가 어떤 파이프라인에 집중할지 결정해야 비효과적”이라며 의견에 동의했다.
국내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다른 시장과 차별화된 점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알바 첸 VMS그룹 이사는 “한국의 바이오기업은 이미 경쟁력을 갖췄다.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고 몇건의 M&A도 성사됐고, 3세대 EGFR 억제제도 개발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한국 기술이 발전했다는 건 알고 있다. 한국에서 확보한 데이터로 해외에서 파트너십을 맺고 더 많은 투자를 끌어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왕 오비메드 이사는 “한국의 차별화된 장점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투자자들은 최초 또는 최고의 치료제에 관심이 있다. 이 같은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지 임상 데이터로 증명해야 한다. 한국에서 데이터를 많이 만들 수 있으면 도움되고 강점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국내 바이오텍 비보존, 레모넥스, 브이에스파마텍이 국내외 바이오 업계와 투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현재 연구 파이프라인과 향후 비전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