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의 분수령이 될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과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 모두 과반의 우호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양측은 남은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2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 우호지분은 42.66%,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 우호지분은 40.57%로 모녀 측이 2.09%포인트 우세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모녀 측 우호지분은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까지 더해 35.0%였으나, 전날 국민연금공단이 한미사이언스 측이 추천한 이사진 6명을 전원 찬성하면서 좀 더 유리한 상황에 놓였다. 형제 측 우호지분에는 고(故)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이자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분 12.15%가 포함됐다.
양 측의 우호지분이 각각 과반을 넘기지 못했단 점에서 이제 주총 표 대결의 칼자루는 남은 기관과 소액주주들에게 넘어왔다. 이에 모녀와 형제는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면서 이들의 표심 잡기에 나섰다.
한미사이언스는 “통합 이후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주주친화 정책을 실행할 것”이라며 “주주가치 제고를 경영의 제1원칙으로 삼고, 주주친화 정책을 적극적·공격적으로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가 제시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은 △중간배당 도입을 통한 주주 수익성 제고(단기)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친화정책 재원으로 활용해 배당·자사주매입·무상증자(중장기) △주식기준보상제도 도입 등 책임경영 강화(중기) 등이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을 통해 임성기 회장의 승계자로 지목되고 이날 그룹 경영 총괄 부회장까지 승진한 임주현 부회장은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가 많다 보니 적극적 주주친화 정책을 펴지 못했다”라면서 “신약개발을 투자를 도와줄 든든한 파트너를 구한 만큼,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적극적 주주친화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위탁개발(CDO)·임상수탁(CRO) 사업을 미래 성장 원동력으로 제시하며 100개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해 한미약품을 5년 안에 순이익 1조 원 회사로 만들고 시가총액을 200조 원 규모로 불리겠단 성장 계획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1조 원 이상의 투자도 끌어들이겠다고 약속했다.
두 형제는 이날 ‘주주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법원의 결정 이후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급락했다는 것은 현 이사진의 결정에 대한 주주들과 시장의 평가가 어떤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소액주주들의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신동국 회장 역시 “지난 한미 50년을 바라봐온 결과 지금 같은 입장을 낼 수밖에 없었음을 주주분들이 더욱 잘 알 것”이라며 “저를 포함한 개인주주들이 외면받지 않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 소액주주 분들도 제 판단을 믿고 확신을 갖고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미그룹과 OCI그룹은 올해 1월 OCI홀딩스가 7703억 원을 들여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취득하고, 임주현 부회장 등이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방법으로 통합을 결정했다. 임종윤·종윤 형제는 이 결정이 위법하다며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그룹 경영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 주총은 28일 오전 9시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 SINTEX관에서 열린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임주현 사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을 포함한 6명,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자신들을 포함한 5명의 이사 후보를 각각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