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율사 맞대결 '강동갑'...고덕동 고지전[배틀필드410]

입력 2024-03-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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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주요 격전지 '서울 강동갑' 르포

▲26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위치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 모습. (김은재 기자. silverash@)
▲26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위치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 모습. (김은재 기자. silverash@)

‘한강벨트’로 분류되는 서울 강동갑은 여야가 사수에 사활을 건 대표적인 격전지다. 최근 고덕동 등 재개발 이슈로 보수세가 강해지면서, 지난 8년간 진보 정당으로 향했던 민심이 뒤집힐지 주목된다.

강동갑은 여야 모두 안심할 수 없는 지역이다. 지난 18대 총선부터 이어진 4차례의 선거에서 보수 정당이 2차례, 진보 정당이 2차례씩 의석을 가져갔다. 국민의힘에선 전주혜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고, 더불어민주당에선 이 지역 현역인 진선미 의원이 3선에 도전한다.

26일 본지가 찾은 강동갑 일대에는 “물가 상승을 피부로 체감한다.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정권 심판론’과 “지난 8년간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진 후보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인물교체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 ‘정부여당’ 강조 전주혜…진선미는 ‘국토위원장’으로 견제

▲전주혜 국민의힘 강동갑 후보 캠프 모습(김은재 기자. silverash@)
▲전주혜 국민의힘 강동갑 후보 캠프 모습(김은재 기자. silverash@)

이날 본지는 강동갑 여야 후보 캠프가 있는 명일동 일대를 찾았다. 여당 측 전 후보는 10층 높이 건물 제일 꼭대기층에 두 장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전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 차례로 배치됐다. 그 아래론 “함께 가면 길이 됩니다”란 여당의 대표 슬로건이 적혀 있었다. 광역급행철도(GTX)-D 고덕 유치 등 최근 교통·개발 공약에 집중하는 전 후보가 정부·지자체와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강조한 것이다.

반대로 야당 측 진 후보는 본인이 8년간 지역을 지킨 ‘검증된 일꾼’임을 내세웠다. 전 후보 캠프 바로 건너편에 자리 잡은 진 후보의 선거사무실 외벽에는 ‘강동댁 진선미’가 큰 글씨로 인쇄돼 걸려있었다. 진 후보는 과거 자신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직을 수행했던 점을 내세워 전 후보를 견제했다.

다만 여야 각 후보가 ‘정부여당’, ‘국토위원장 경력’ 등을 강조하는 현 전략이 크게 와닿진 않는다는 게 주민들의 대체적 반응이다. 암사동에 거주하는 김 모 씨(32)씨는 “정부여당 쪽이면 아무래도 공약 이행에 힘을 더 받긴 할 것”이라면서도 “진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협치를 통해 충분히 의정활동을 할 수 있다. 큰 제약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주혜 국민의힘 강동갑 후보 캠프 외벽에 붙은 현수막 모습(김은재 기자. silverash@)
▲전주혜 국민의힘 강동갑 후보 캠프 외벽에 붙은 현수막 모습(김은재 기자. silverash@)

◇= “민주당 지지해도 진선미는 안 돼” vs “尹정권 심판해야”

두 여성 법조인이 연일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 국민의힘은 이른바 ‘강남 4구’ 전석 탈환을 외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과 함께 ‘현역 프리미엄’으로 강동을 지켜내겠단 전략이다.

지역 민심은 팽팽히 나뉜다. 50년 넘게 강동구 일대 등을 돌아다녔다는 택시 운전사 여운종(75) 씨는 “이번에도 진 후보가 유력하게 될 것으로 본다. 강동구는 야권 지지세가 강하고 아무래도 진 후보가 지난 8년 동안 기반을 많이 쌓았다”고 평가했다.

여 씨는 “모범운전자회 모임에 진 후보와 전 후보 모두 자주 모습을 보이는데 아무래도 진 후보가 인지도 면에서 더 높다”고 설명했다.

명일동에 사는 백 모 씨(54)는 “지금의 정부와 여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민주당인 진 후보를 찍을 것”이라며 “물가 상승이 진짜 피부에 와닿는다. 아이들 반찬을 고를 때도 두세 번 더 생각하게 되고, 옷 하나를 사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이른바 ‘정권 심판론’에 손을 들었다.

반대로 진 후보에 대한 이탈표 조짐도 심상치 않다. 기본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진 후보의 지난 8년간의 의정활동이 성에 차지 않아 이번엔 다른 선택을 하겠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고덕동에 거주하는 최 모 씨(46)는 “저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엔 진 의원을 뽑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5호선 직결화 사업이라든지 교통 정책과 관련해 (지역민들이) 진 의원에게 여러 번 요구를 했었다. 이 지역이 교통이 굉장히 불편한데 진 의원은 정책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정당 내 역할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전주혜·진선미 후보 캠프 인근에서 만난 이재호(75) 씨도 “전 후보를 지지한다. 민주당은 범죄자 집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전 후보가 지역구 활동도 진 후보보다 나은 것 같고, 특히 (원내대변인을 수행하면서) 매스컴에 많이 노출됐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판세에 대해선 “지금 상태로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며 “박빙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 재개발 이슈로 보수세 강화…8년만 탈환 현실로?

강동구 내 재개발·재건축 이슈도 이번 총선의 최대 변수 중 하나다. 최근 고덕동 재개발을 비롯해 명일·암사동 등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보수세가 강해지고 있다는 게 평가도 나온다. 현재 고덕동의 노후 주공단지들은 재건축이 완료됐거나 일부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고덕동 재개발 단지 인근에서 만난 김영철(72) 씨는 본인을 ‘호남 출향민’이자 ‘민주당 당원’이라고 소개하면서도 “고덕동 재개발 등이 수행이 되려면 아무래도 여권 후보가 돼야 주민들이 안심을 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고덕동에 거주하는 김 모 씨(50)도 “재개발 단지에 해당하는 곳들은 100% 보수세가 강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 이미 재개발이 완료된 단지들은 반대로 지금 정부를 찍을 이유가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윤석열 후보를 찍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힘을 좀 실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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