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단체가 그간 역대 정부의 의료정책을 모두 과오로 규정하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에 대한 의사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갈등 상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두고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정부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전국 의과대학이 총 3401명 증원을 신청한 결과가 공개되자, 의협은 정부가 각 대학본부를 압박해 증원을 신청하게 만들었다며 비난했다.
대한병원협회(병협) 역시 정부의 정책 추진에 우려를 표했다. 이날 병협 홍보위원회는 8차 회의를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계획 발표로 인해 병원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고 밝혔다. 이어 병협은 “전공의 이탈 등으로 인한 공백으로 병상 가동률은 50% 가까이 떨어졌고, 진료지원인력(PA)을 활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명확한 업무 범위를 구분하지 않아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을 급격히 확대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병협은 “필수 및 응급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사인력 증원의 필요성은 공감한다”라면서도 “교육과정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인프라 확충 등을 염두에 두고 충분한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냈다.
정부를 향한 의사 단체들의 불신은 깊어지는 양상이다. 전날 주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그간 정부의 의료 정책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라며 비판했다. 2000년부터 정부가 의사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의약분업, 의학전문대학원 도입, 문재인 케어 등의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의료 환경을 왜곡했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주 위원장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하며 이번만큼은 의사들의 반대에 패배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의약분업, 의전원, 문케어 등 의사들이 부작용을 우려하며 반대했던 정책들은 모두 강행해 왔으며, 그간 의협은 정부와의 갈등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2000년 의약분업 도입 당시 의협은 집단 행동에 나서며 반대했으며, 정부와 협상 끝에 의대 정원을 350명 감축하는 선에서 상황을 마무리했다. 의전원은 2005년 도입됐지만, 2015년부터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 운영할 수 없게 되면서 현재는 차의과학대학교만 유일한 의전원으로 남았다.
문재인 케어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건강보험 개혁을 선언하며 폐기된 상황이다. 2017년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목표로 특진제도를 폐지하고 상급병실 입원비 및 초음파 급여화를 추진한 바 있다.
정부가 의사 단체와 전공의들에 대한 법적 처분을 본격화하면서 당분간 의료계의 긴장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경찰은 이날 전공의 집단사직 공모 의혹으로 의료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기 위해 의협 간부를 대상으로 첫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주 위원장도 조사를 받게 되면서 의협은 매일 진행했던 브리핑도 걸렀다.
수련병원 운영은 점차 한계에 가까워지는 분위기다. 지난달부터 집단 사직에 나선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운 지 보름이 지나가면서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근무를 지속 중인 교수와 간호사들의 피로가 심각하다”라며 “가능한 한 수술과 입원을 연기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미루면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