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관이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관 증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회가 논의를 멈춘 탓에 관련 법안 처리는 요원해 보인다. 약 3개월 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2년 12월 21일 정부가 발의한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검사정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21대 국회 회기가 5월 중 종료되는 점을 감안하면 법안은 3개월 내에 처리돼야 하지만 국회가 4월 총선 정국에 돌입하며 뒤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법무부가 발의한 것이다. 통상 검사 증원은 판사 증원과 함께 이뤄지기 때문에 법안 추진은 함께 이뤄진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판사정원 개정법률안은 판사 정원을 3214명에서 3584명으로 총 370명을 늘리고, 검사정원 개정법률안은 검사 정원을 2292명에서 2512명으로 총 220명을 늘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원과 검찰의 정원은 2019년 이후 멈춰있다.
실제 법원과 검찰 각각 판사와 검사 수 부족으로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최근 수년간 검찰을 떠나는 젊은 검사들의 수가 많아지며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사건 처리할 시간이 부족하니 미제사건도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도 “합의부에서 처리할 사건 수가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며 사건 통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미제가 많아지며 재판 기일을 계속 미루는 일도 잦아지고 판사 개인별로 능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판사와 검사 수는 퇴직 인원이 증가하며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다.
법원행정처와 법무부 따르면 2019~2023년 퇴직 판사 수는 53→73→93→88→82명, 퇴직 검사 수는 111→94→79→146→145명이다.
국회 법사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법원의 민사 사건 중 장기 미제사건 비율은 2010년과 2021년 상반기 고등법원에서 3.41→10.31%, 지방법원에서 0.8%→3.65%로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법관 정원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2844명에서 3214명으로 늘어나 13% 증가에 그쳤다.
검찰도 최근 법원 심리가 공판중심주의로 운영되고 법원의 형사재판부 수가 증가함에 따라 검사 수도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2년 6월 기준 공판검사 수는 집계가 시작된 2014년 대비 25.7%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법원의 형사재판부 수도 23.2% 증가하며 공판 1인당 담당재판부는 1.7개에서 1.67개로 사실상 현상 유지 수준이다.
사건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 검사의 사건 처리기간은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5.35일에서 22.9일로 길어졌다.
이밖에 휴직 인원은 2014년에서 2021년 64→99명으로 증가했으며, 2022년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에 이어 2025년 인천지검 북부지청이 개청을 앞둔 만큼 검사 충원은 불가피하다.
조 대법관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부족한 법관 수에서 육아휴직‧해외연수 등의 비가동 인원이 약 229명으로 7%에 달한다”며 “법원이 장기적으로 재판지연에 대처하기 위해선 법관 증원이 절실한데 오래전부터 추진했으나 국회서부터도 논의만 하고 있고 통과는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과 검찰의 인력난 문제가 심각하지만 국회는 반년 넘게 법안 논의에 손을 놓고 있다. 해당 개정법률안은 지난해 7월 13일 이후 계류 상태다.
이날 회의에서 여야 위원들은 재판 지연 문제에 공감하며 ‘판사정원법을 먼저 통과시키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갔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을 중심으로 ‘검사증원법은 더 살펴봐야 한다’라는 취지로 말하며 두 법안은 함께 뒤로 밀려났다. 이후 추가로 진행되는 논의는 없다.
2월 임시국회는 19일부터 열리고 23일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3월과 4월은 국회가 선거운동에 매진해야할 시기이기 때문에 임시국회를 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때문에 2월 중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21대 국회에서는 처리가 불가하고 법안은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