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신(사료용 아미노산) 가격 하락세로 인해 CJ제일제당과 대상이 지난해 우울한 실적 성적표를 받았다. 두 회사는 수요가 줄어든 라이신 대신 올해 다른 고부가가치 소재 생산을 확대하고, 주력인 식품사업에 집중해 부진을 털어내겠다는 방침이다.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kg당 라이신 가격은 전날(13일) 기준 9.3위안으로, 전년 같은 날보다 6.6% 낮았다. 라이신은 사료에 첨가하는 아미노산으로, 돼지 등 가축의 성장과 발육을 촉진하는 필수 소재다. 한국 업체들은 라이신을 주로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라이신 가격은 지난해 1~2분기 바닥을 친 후 3분기부터 더딘 회복세를 그리고 있다.
라이신 가격이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지난해 CJ제일제당과 대상의 실적도 나란히 부진했다. 두 회사의 바이오 부문 비중은 20~4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액 29조235억 원, 영업이익 1조291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3.5%, 영업이익은 22.4% 줄어든 수준이다. 이 중에서도 라이신 사업을 하는 바이오 사업부문(FNT 포함) 영업이익은 568억 원으로 전년보다 27.5% 감소했다. 반면 국내외 식품 사업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86.5% 증가한 1438억 원을 기록해 바이오 부문의 부진을 상쇄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해 사료 첨가제 시황이 전반적으로 안 좋았던 것은 맞지만 매각 예정인 바이오 자회사 CJ셀렉타의 업황 악화가 실적 부진에 더욱 주효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대상도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액 4조1098억 원, 영업이익 123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0.6%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 감소했다. 대상 또한 주력인 장류, 신선식품류는 호실적을 냈지만 라이신 등 소재 시장 불황으로 영업이익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라이신 가격이 저점은 통과했다고 본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끝내면서 지난해 말부터 가격이 회복세이기 때문. 다만 전체 축산 시장이 여전히 침체해 기대만큼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인구가 줄어든 데다 경기도 침체해 돼지고기 등 육류 소비가 전반적으로 하락세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설)를 앞두고 돼지고기 가격이 1년 전보다 20% 하락했는데도 판매량은 3분의 1 정도 줄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라이신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어려운 만큼 업체들도 다른 고부가가치 소재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중국 외 지역에 라이신 액상 등 고수익 제형을 판매해 수익성을 제고한다. 트립토판, 스페셜티AA 등 바이오 제품군도 확대 생산해 부진을 타개한다. 대상도 라이신 외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를 통해 수익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주력 품목인 김치와 소스, 간편식 등 채널과 신규 거점도 구축해 해외사업을 키워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