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4000억 지원책 오리무중
유흥업종 환급 제한 생길수도
전문가 "가산금리 자체 내려야"
21일 은행권이 발표한 최소 2조 원 이상의 ‘민생금융지원방안’의 핵심은 높은 금리의 이자를 성실히 낸 사람들에게 일부를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비판과 횡재세 논란으로 촉발된 ‘상생금융 시즌2’의 결과다. 은행 상생 금융 활동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지만 사실상 금융당국의 ‘팔 비틀기’에 어쩔 수 없이 내놓은 대책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고금리 개인 사업자대출에 대한 환급으로 형평성 논란과 제2금융권 대출은 환급이 없다는 점 등에 대한 불만과 함게 역대급 부담으로 내년 은행권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은 2조 원 중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소상공인 이자환급(캐시백) 지원에 1조6000억 원을 책정하고 남은 4000억 원은 개별은행 자율에 맡겨 지원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당장 어떤 구체적인 그림도 그려져 있지 않은 셈이다. 은행연합회는 은행의 의견을 조금 더 취합해 민생금융 지원 방안이나 상생 취지에 맞는다고 하면 유연하게 인정해 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은행들이 기존에 특정 보증 기관에 출연하거나 상생금융 등을 위해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 모두를 포함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대상이나 지원 규모 등이 책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어떠한 대안도 마련되지 않았다.
제1금융권으로 지원 대상을 한정하면서 2금융권 차주들은 빠졌다는 불만도 있다.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한 계층은 신용도가 낮아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해 2금융권과 대부업으로 빠진 대출 차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내년에도 시장 상황이 밝지만은 않은데, 이번 민생금융 지원 방안으로 내놓은 지원금 처리가 반영되면 내년 은행권의 실적도 줄어들 것이라는데 있다. 은행권 관계자“내부 의사결정에 따라 올해 회계처리를 해서 잡게 되면 올해 실적에, 내년에 잡게 되면 내년 실적에 반영해 순이익이 줄어들 전망”이라고 했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우려도 있다. 은행권은 이번 민생금융 지원 방안 대상에 부동산임대업 차주를 제외했다. 이 전무는 “이번 지원 방안을 마련하면서 자산 형성이나 증식과 관련된 부동산임대업은 민생금융 지원 방안이라는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제외한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유흥업종에 대해서는 아직 지원 대상에 포함할지를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에 캐시백 대상 제외 요건으로 부동산임대업만 명시된 것은 ‘일부’일 뿐, 유흥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제약이 추가로 있을 수 있다”며 “이와 관련해 다음 주 중 지원 방안 시행을 위한 실무 요건 정비 차원에서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실무 TF에서 세부 방안이 추가로 논의되면 좀 더 상세한 지원대상도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은행권의 민생금융 지원 방안이 상생에 대한 의미는 담고 있지만, 소상공인 일부에만 돌아가는 혜택을 두고 공정성과 효율성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와 경기침체로 어려운 것은 비단 소상공인만이 아니지 않나”라면서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이 가려면 가산금리 자체를 1.5%포인트(p) 정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작 취약계층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보면 이자를 제대로 못 낼 정도로 어려운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의문이 남는다”면서 “본질적인 해결책은 가산금리를 낮추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