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판매비율 인하, 124→51원으로 줄어
음식점ㆍ주점서 인하 적용 기대 어려워
정부가 세금 감면 제도인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면서 주류 업계가 내년 줄줄이 소주 출고가를 낮출 전망이다. 다만 소비자가 체감할 실질 인하 효과는 정부의 감면 폭보다 미미할 전망이다. 기준판매비율에 따라 세금이 내려가는 만큼 출고가는 10.6% 낮아질 예정인데, 업체들이 최근 소주 가격을 7% 안팎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18일 하이트진로는 정부의 기준판매비율 도입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희석식 소주인 참이슬, 진로와 증류식 소주인 일품진로를 기존 출고가보다 각각 10.6% 인하하기로 했다. 대표 소주인 참이슬 출고가는 현재 1247원에서 1115원으로 낮아진다.
기준판매비율은 국산 주류와 수입산의 과세 기준이 달라 국내 업체들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역차별' 지적에 도입됐다. 국내 제조 주류의 경우 판매관리비, 이윤 등을 더한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인정하는 반면, 수입산은 국내로 통관할 때 과세해 '유통 비용'이 세금 산정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기준판매비율은 국내 제조 주류의 주종별 원가, 유통 구조 등을 고려해 국세청 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비율이 커질수록 세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위원회는 내년 1월부터 적용할 소주의 기준판매비율을 22%로 정했고, 이에 따라 소주의 출고가는 10.6% 낮아지게 됐다.
하지만 이번 기준판매비율 도입에 앞서 소주 업체들이 잇달아 출고가를 먼저 인상하는 선수를 쳤다. 사실상 세금 감면에 따라 소비자 부담을 덜겠다는 정부 의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하이트진로 참이슬의 경우 기존 출고가는 1166원이었는데, 지난달 초 1247원으로 81원 인상했다. 이전 가격인 1166원에서 이번 기준판매비율 적용 시 출고가는 1042원까지 낮아진다. 하지만 11월 인상 가격인 1247원에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면 출고가는 1115원이 된다. 최근 단행한 80원가량의 가격 인상 탓에 당초 124원의 인하 효과가 51원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롯데칠성음료도 이날 소주 처음처럼 출고가를 6.8%, 새로는 8.9% 인상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하면 내년부터 출고가는 이전 대비 처음처럼 4.5%, 새로는 2.7% 인하된다. 정부가 10.6% 세금 감면에 나섰지만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가 체감할 인하 폭은 이보다 낮아진 셈이다.
보해와 무학 등 지역 소주들도 최근 줄줄이 7% 안팎 가격 인상을 했기에, 이번 기준판매비율 도입에 따른 출고가 인하 효과는 미미할 전망이다. 전라남도 기반의 보해양조는 이달 1일부터 '잎새주' 360㎖ 병의 출고가를 6.96% 인상했다. 과일소주인 '복받은 부라더'와 '보해복분자주' 375㎖ 병의 출고가 역시 각각 6.91%, 8.33% 올렸다.
부산 기반의 대선주조도 지난달 17일 '시원'과 '대선소주', '대선 샤인머스캣' 제품 출고가를 약 1166원에서 1247.7원으로 6.95% 인상했다. 대전·충청 기반의 맥키스컴퍼니도 '이제우린' 병당 출고가를 6.95% 올렸다. 이들 가격 인상 업체들은 소주 주원료인 주정 가격이 10%가량 올랐고, 소주병 가격도 20% 상승한 탓이라고 해명했다.
기준판매비율 도입에도 불구, 식당·주점 등이 소주 가격을 내릴 가능성이 낮다. 유흥 채널의 경우 통상 출고가 인상에는 예민하지만, 가격 인하에는 반응이 더디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출고가 인하 시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은 소비자가 효과를 보지만, 주점은 점주의 재량이라 인하분 반영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