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안팎에서는 ‘법과 원칙이 바로 선 법원’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서울고법 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의 힘은 법과 원칙에 따라 법관이 소신 있게 판결하는 데서 나온다”며 “사법부가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고 이념에 치우쳐 좌고우면하게 되면 국민들로부터 신뢰 받기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조 대법원장은 독실한 불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9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다음날 대법원장 권한 대행을 맡고 있는 안철상 선임 대법관을 면담하고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를 찾은 자리에서 “무유정법(無有定法)”이란 불교 용어를 소개했다.
그는 “정해진 답이 없는 게 참다운 법이라는 말”이라며 “예전 대법관 취임사에서도 ‘우리의 두 눈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본다는 법’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 방문 전 사전 예고 없이 후보자 개인 자격으로 국립 현충원을 참배했다. 통상 대법원장 취임 당일 방문하는데 대법원조차 이 사실을 뒤늦게 안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방명록에 “안민정법(安民正法)”이라고 기재했다. 불교 용어는 아니고 대법관 퇴임기념 문집 제목이다.
안민정법은 ‘국민들이 안심하고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도록 하는 바른 법’ 또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도록 법을 바로 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 신임 대법원장 첫 업무는 내년 1월 초 퇴임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임자 제청이다. 이미 대법원은 8일 조 대법원장 임기가 시작하자마자 후임자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대법원은 12일부터 18일까지 두 대법관의 후임 제청 대상자를 천거 받는다.
대법원이 서둘러 제청 절차에 착수했지만, 대법관 2명이 퇴임까지 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당분간 공백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대법관 임명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 법원 내부 절차와 국회 인사청문회 및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해 석 달가량 소요된다.
조 대법원장은 국회가 임명동의안을 가결한 8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사용하던 서울 서초구 한 빌딩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장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임자 제청) 절차를 진행하겠다”면서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 있어서 빨라도 3월이 돼야 (임명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가장 시급한 문제로 ‘재판 지연’이 꼽힌다. 내년 4월 이후에나 대법원 소부와 전원합의체가 정상 작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조 대법원장은 “가능한 시행방안을 찾아보고 12월에 예정된 법원장 회의에서 중점 논의하겠다”라고 밝혔다. 전국 법원장 회의는 15일 열린다. 사법부가 법원 정상화를 위해 전(全)방위로 신속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대법원장 임기는 6년이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 임기는 2027년 6월 5일까지다. 1957년 6월 6일생인 관계로 정년(70세) 규정 때문에 3년6개월만 일할 수 있다. “기간이 문제가 아니고 단 하루를 하더라도 진심과 성의를 다해 헌법을 받들겠다.” 조 대법원장 청문회 과정 답변처럼 ‘법과 원칙이 바로 선 법원’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