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온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핵심 반도체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만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운영키로 했다. 현재 HBM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7일 SK하이닉스는 2024년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AI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AI 인프라’ 조직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승진 선임된 김주선 SK하이닉스 신임 사장이 지휘봉을 잡았다.
AI 인프라 조직 산하에는 HBM 전담 부서인 'HBM Business'가 신설된다. 그간 SK하이닉스는 HBM과 관련해서 조직과 기능이 여러 부문으로 흩어져 있어 비효율적이었는데 이번에 하나로 결집한 것이다.
또 HBM을 포함한 메모리 영업 마케팅 전담 조직 ‘GSM’(Global Sales & Marketing)도 함께 편제시켰다. 아울러 AI 인프라 조직 산하에 ‘AI&Next’도 신설했다. 이곳은 차세대 HBM 등 AI 시대 기술 발전에 따라 파생되는 새로운 시장을 발굴·개척하는 역할을 주도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 도전적인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당사는 다운턴 위기를 이겨내면서 HBM을 중심으로 AI 메모리를 선도하는 기술 경쟁력을 시장에서 확고하게 인정받았다"며 "이런 흐름에 맞춰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통해 회사의 AI 기술 경쟁력을 한층 공고히 하는 한편, 고객 요구와 기술 트렌드에 부합하는 혁신을 선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까지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두각을 드러내면서 시장을 이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로 1위를 기록했다.
신제품 개발 등에서도 SK하이닉스는 앞서 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5세대 HBM 제품인 HBM3e를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에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에 샘플 공급 시기도 다른 경쟁사보다 2개월 가량 빨랐다.
SK하이닉스의 이번 조직 개편은 HBM 시장에서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이다. 반도체의 특성 상 한번 선점의 효과는 다른 산업보다 더 크다.
특히 HBM은 내년부터 신제품 양산이 본격화하는 만큼 향후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최근 반도체 부문 실적 향상 흐름에 HBM 등 고부가 제품의 수요 확대를 꼽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이번 조직 개편은 HBM 시장을 확실히 선점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리포트에서 “2013년부터 엔비디아와 HBM 개발을 시작한 SK하이닉스는 10년 간 축적된 생산 노하우를 이미 확보하고 있어 HBM 신규 생산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 유리한 원가 구조를 보유할 전망”이라며 “내년에도 HBM 시장은 사실상 SK하이닉스의 승자 독식 구조로 전개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