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는 15일 국회에서 연구·개발(R&D) 예산과 관련해 현장 연구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당정은 내년도 R&D 예산 편성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삭감'이 아닌 '재구조화'라는 표현을 쓰면서 기존 정부 예산안의 기조는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여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미래세대 위한 R&D 예산 관련 연구현장 소통 간담회'를 개최하고, 박사과정생 등 학생 연구원과 박사 후 연구원, 조교수 등 신임교원, 출연연 연구원 등 젊은 연구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간담회에는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태규 정책위 수석부의장,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두현 의원 등이 참석했고, 정부측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장관과 오대현 연구개발투자심의국장, 황판식 기초원천연구정책관 등이 자리했다.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R&D 예산과 관련해 "정부의 취지도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줄여서 기초원천기술과 미래원천기술 개발에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하는 연구자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하자는 것이었다"면서도 "내년도 R&D 예산을 조정하고 편성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도 있었다. 특히 과학기술연구 현장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정책위의장은 "현재 치열하기 짝이 없는 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우수하고 도전적인 연구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마음껏 연구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줄 때 우리의 밝은 미래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연구개발에 무한 투자를 하면 좋겠지만, 쓸 수 있는 자원은 한정돼 있다"며 "더욱이 우리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 나라 살림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예산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효율적인 예산이나 불필요한 지원은 줄여야 하고, 대신 미래를 위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혁신 동력을 키워주는 연구개발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R&D 시스템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과감하게 걷어내고, 세계 최초·최고의 연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여러분을 포함해 다음 세대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윤석열 정부 R&D 혁신의 철학은 최고 수준의 혁신적 연구에 집중 투자해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인재도 키우고, 기술력도 갖추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위해 정부는 젊은 연구자들이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R&D 효율화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기탄없이 말씀해달라"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당정은 이날 R&D 예산과 관련해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정부의 기존 예산안 편성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정책위의장은 이날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R&D 예산 삭감 기조를 유지하느냐'는 질문에 "일방적으로 '삭감'이라는 표현보다는 R&D 예산의 '재구조화'라는 표현을 쓰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지난 3년간 급격하게 늘어났던 부분이 과연 적절하고 유효하게 쓰였는지를 평가한 것이고, 그 재원을 재구조화함으로써 훨씬 효율적인 곳에 쓰이도록 하자는 것이 예산을 편성한 정부의 방침이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재구조화 과정에서 놓친 것이 있거나 좀 더 보완해야 하는 부분을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다시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정책위의장은 "R&D와 관련해 그간 많은 이야기를 여러 경로를 통해 들었고, 그에 대한 보완 사항들을 저희 나름대로 준비해서 예산심의에 임한다고 생각하고 일을 진행했다"며 "이제 예산을 결정해야 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파인 튜닝을 한다는 차원에서 현장에 계시는 전문 연구자들을 모셔서 그분들의 말씀을 듣고 최종적으로 입장을 정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