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포르투갈의 휘발유값은 리터당 1.8유로를 오르내린다. 한화로 치면 2500원 정도다. 내가 생활하는 동안 가장 비싸게는 지난해 6월 2.3유로(약 3300원)를 넘긴 적도 있다. 고공행진하는 연료비에 소비자들 원성은 높아갔고 정부는 유류세를 내리며 기름값 잡기에 나섰지만 얼마 전 터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이 노력은 반짝 효과에 그치고 말았다. 포르투갈 중소도시들은 대중교통이 한국만큼 잘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집집마다 자동차가 필수고 운전자들은 연료비 변화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토요일이면 언론에 다음주 기름값 변동에 대한 기사가 나오는데 오른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 전에 연료를 채우기 위해 일요일 저녁 주유소엔 자동차들로 긴 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때 휘발유값이 너무 비싸다고 투덜댔는데 유럽 대부분 나라들이 한국보다 더 비싸다. 가장 ‘사악’한 나라는 네덜란드로 지난달 기준으로 리터당 2유로가 넘었다.
내가 사는 포르투갈도 유럽 내에서 10위 안에 드는데 전문가들은 이 나라 휘발유값이 높은 이유가 세금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사실 어느 나라나 사정은 마찬가지다). 포르투갈의 유류비에는 탄소세, 석유제품세, 도로 서비스 기여금, 부가가치세 등이 포함돼 있으며 그 비중이 총 연료 가격의 50.6%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언론이나 블로그에는 연료비 절약을 위한 팁이 자주 소개된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 주유소 이용’ ‘휘발유는 서늘한 시간에 채운다’ ‘그늘에 주차’ ‘급출발 급제동 금지’ ‘비포장 도로 피하기’ 등인데 한국의 운전자들도 참고할 만하겠다.
하지만 연료비를 안정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중동지역을 비롯한 세계 평화, 원활한 원유 수급, 글로벌 경제 회복이라는 것을 말해 뭐하랴.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