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육군사관학교, 육군본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육사가 추진 중인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홍범도 장군이 육사에 어울리지 않고, 흉상 설치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졸속으로 추진됐다며 비판했고, 야당은 이념 논쟁을 멈추고 흉상 이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맞섰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이날 충남 계룡대에서 육군사관학교, 육군본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홍범도 장군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최고의 독립영웅이고 모두가 추앙하고 사랑한다. 그러나 육사에는 어울리지 않는 분"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육사의 역사가 왜곡되고 육사 정신이 훼손됐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헌승 의원은 "육사의 흉상 설치 논의는 2018년 1월부터 시작됐고, 1월 16일 흉상 재원 파악에 들어갔다"며 "누구의 동상을 설치할지도 정하기 전부터 제작 의뢰를 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2018년 3월 1일 제막식이 있었고, 이후 문 대통령이 참석한 그해 육사 졸업식 때 생도들이 흉상 앞에서 모자를 던졌다"며 "졸업식 행사에 맞춰 흉상이 제작됐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당시 탁현민 선임행정관이 연출했다고 알려졌다"고 말했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은 "'홍범도 흉상 설치 과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이 의원의 질의에 "1개월 반 만에 설치된 점, 비예산 사업이었다는 점, 절차적 위원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급하게 추진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박 총장은 '6·25 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공산주의 침입에 맞서 싸운 전당(육사)에 공산주의 참여 이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놓는 것이 정당하냐'는 질의에 "정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반면 야당은 흉상 이전 시도를 '이념 논쟁'이라고 지적하면서 이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6일 전에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이 늘 옳다. 이념 논쟁을 멈추고 민생에 집중하자'고 했다"며 "홍범도 장군에 대한 것은 이념 문제고, 이념 논쟁의 제물이 됐다. 대통령이 이념 논쟁하지 말라고 했으니 이제 대통령 지시대로 멈춰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지난달 한 여론조사에서 홍범도 흉상 이전을 반대하는 응답이 63.7%에 달했다는 결과를 언급하며 "이게 민심이다. 윤 대통령도 국민은 항상 옳다고 하지 않았느냐. 흉상 이전에 민생 문제냐"고 추궁했다.
윤 의원은 홍범도 흉상 설치가 문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흉상 제막식은 2018년 3월 1일이고 독립군의 역사를 육사 교육과정에 편입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는 그해 3월 22일"이라며 "문 대통령의 지시로 흉상이 설치된 것이 아니다. 육사 스스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도 "육사는 국가안보의 최첨병이 돼야 할, 애국심이 투철한 미래 육군의 지휘관을 양성하는 곳인데 지금 이 시각 이념 논쟁과 갈등의 진원지가 육사다. 문재인 정부 책임이냐 따질 문제냐"라며 "홍 장군은 박정희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건국훈장을 받았다. 홍 장군의 흉사를 이전하고, 독립전쟁 영웅실을 없애는 게 '민생'이냐"라고 지적했다.
육사는 교내 충무관 앞에 설치된 6명의 독립영웅 흉상 중 홍범도 흉상은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다른 흉상은 교내 적절한 장소로 옮길 예정이다. 육사는 또한 지난 16일부터 홍범도·김좌진 장군 등 독립영웅을 기린 충무관 내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