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소재 예식장에서 8년간 일한 조리사가 근무 중 사망했지만 법원은 산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 부장판사)는 15일 “업무로 인한 과로 내지 스트레스와 고인의 뇌출혈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같이 판시했다.
고인이 된 A 씨는 서울 강남구 소재 예식작에서 2012년부터 8년 1개월 간 조리부 총괄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2020년 7월 사업장 화장실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다.
이후 A 씨의 아내는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다.
A 씨가 근무시간 중 1000도가 넘는 고온의 주방과 식자재가 있는 냉동창고를 오가며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겪었고, 회사 측 권유로 휴일에도 학원에 다니며 기능장 시험 준비를 하는 등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은 그러나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연관이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재판부의 판단도 근로복지공단과 같았다. 판단의 주요한 근거 중 하나는 ‘뇌출혈 발병 전 1주일간 평균 업무시간’이다.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산재는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이전 12주(발병 전 1주일 제외)간 1주 평균보다 30% 이상 증가’해야 한다.
A 씨의 경우 뇌출혈 발병 전 1주일간 업무시간은 37시간 50분이다. 이를 발병 전 12주간 1주 평균 업무 시간인 34시간 16분과 비교하면, 3시간 34분 많기는 하지만 30%(약 12시간) 이상에는 미치지 못한다.
재판부는 사업장 주방이 1000도라는 고온에 노출되는 경우가 일반적인 상황이었다고 볼 수 없는 점, 사업장이 A 씨의 조리 기능장 시험 준비를 위해 500만 원과 개인 연습공간 및 자재를 제공하는 등 자기계발 측면의 지원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또 A씨가 혈압ㆍ당뇨병ㆍ비만ㆍ이상지지혈증 등 뇌출혈 위험인자를 지녔고 흡연 기간이 30년 이상이며, 한번 음주 시 소주 4병 이상을 마신다는 사실 등을 들어 “뇌출혈 발병 전까지 적절한 건강관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