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내 설치된 TV에 수신료 부과…대법 “위법한 처분”

입력 2023-10-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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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대한 행정처분도 행정절차법 준수해야…첫 판단

한전-공군, ‘TV 수신료’ 두고 법정다툼

공군비행단 숙소 등에 비치한 TV 수상기 1066대
2500원씩…수신료 266만5천원 납부 뒤늦게 요청

“‘특별부담금’ 수신료 부과‧면제요건, 법문대로 해석해야”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 또는 유추 해석 허용되지 않아”

군부대 내에 설치된 텔레비전(TV) 수상기에 방송수신료를 부과한 처분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국가에 관한 행정처분을 함에 있어서도 행정절차법상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 원칙적으로 처분이 위법하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했다.

▲ 전라남도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전경. (이투데이 DB)
▲ 전라남도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전경. (이투데이 DB)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군 영내(營內)에 갖추고 있는 수상기’는 그 사용 목적과는 관계없이 등록의무가 면제되는 수상기로서 이에 대해서는 수신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수긍해 상고를 기각한다고 9일 밝혔다.

대한민국 공군 제11전투비행단(이하 공군 11비행단)은 군 영내에 관사, 독신자 숙소, 외래자 숙소를 비롯한 주거시설 및 상업시설을 운영하며 TV 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TV 수상기를 소지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방송법 제64조‧제67조 제2항에 따라 공군 11비행단 독신자 숙소 등에 있는 TV 수상기 1066대(1수상기당 2500원)를 뒤늦게 확인하고, 2020년 12월 13일부터 2021년 2월 17일까지 수신료 266만5000원 납부를 요청했다.

당시 공군 11비행단은 외래자 숙소(전기차 충전소)에 462대, 독신자 숙소에 604대의 수상기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한전은 공군 11비행단에 수신료를 부과하면서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과 법령상 근거에 관해 통지하지 않았다. 이에 공군 측은 한전을 상대로 TV 방송수신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재판에서는 방송법 제64조 단서·방송법 시행령 제39조 제10호 등에 따라 등록 및 수신료가 면제되는 군 영내 소재 수상기와 관련해 TV 방송수신료를 부과해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아울러 한전이 이 사건 처분을 부과하면서 법령 등 근거에 대해 통지하지 않은 것이 행정절차법 위반인지 여부도 문제됐다.

방송법 64조 단서에 의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상기에 대해서는 등록을 면제할 수 있고, 방송법 시행령 39조 10호는 ‘군 및 의무경찰대 영내에 갖추고 있는 수상기’를 등록이 면제되는 수상기로 정하고 있다.

1심 법원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심 또한 항소를 기각,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원심 재판부는 “국가에 대한 행정처분을 함에 있어 사전 통지, 의견청취, 이유 제시와 관련한 행정절차법이 그대로 적용되므로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면 원칙적으로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수상기를 소지한 특정 집단에 대해 부과되는 특별 부담금인 TV 방송수신료의 부과 및 면제 요건을 해석함에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해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확장 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방송법 시행령 제39조에서 등록이 면제되는 수상기를 해석함에 있어 문언에 충실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점을 설시했다”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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