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기 대처 능력 저하…기업에도 악재
부동산 시장도 고금리에 얼어붙어
30년물 모기지 금리, 23년래 최고치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인 통화정책이 각종 금리를 밀어 올리면서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정부의 경기 대처 능력 저하가 우려되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급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 4.8%선을 돌파하면서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 시장 관계자들은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수주 내 5%를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월가의 ‘채권왕’으로 불렸던 유명 투자자 빌 그로스는 “시장은 현재 국채 공급 전망과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로 과매도 상태”라며 “10년물 국채 금리가 5%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과 비앙코리서치의 짐 비앙코 창립자도 10년물 국채 금리가 5% 또는 그 이상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채 금리가 폭등하면 정부의 경기 대처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3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기업들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정부와 기업들이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재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확장적 재정지출에 더해 금리 상승으로 인해 이자 부담이 더 커지면서 국채를 많이 발행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시장에 공급되는 국채가 늘면서 금리가 오르는 악순환에 직면하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기준금리와 국채금리 상승 속에서 가계부채에 가장 큰 부분을 담당하는 모기지 금리도 2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모기지은행협회(MBA)는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평균 금리가 지난주 7.5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30년물 모기지 금리가 7.5% 선을 넘은 것은 200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커져 버린 이자 부담에 주택 수요는 빠르게 얼어붙었다. MBA에 따르면 지난주 주택 구입을 위한 모기지 신청 규모를 지수화한 ‘모기지 신청 지수’는 전주 대비 6% 하락했다. 조엘 칸 MBA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급등으로 잠재적 주택 구매자들이 시장에서 밀려나면서 주택 시장이 199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둔화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식시장도 이미 고금리 기조 속에서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뉴욕증시 벤치마크 S&P500지수 내 업종별 등락률을 살펴보면 금리가 오를 때 인기가 떨어지는 기술주와 부동산주는 지난달 각각 6.8%, 7.3% 하락했다. 제조업과 내구소비재 등 경기민감주도 각각 6%씩 내렸다. 이들 모두 S&P500지수의 지난달 하락 폭(4.8%)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고금리 장기화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향후 더 가시화할 것”이라며 “계속 유예됐던 학자금 대출의 상환이 재개됐고 잔뜩 쌓인 가계 부채의 상환 부담도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