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25년부터 AI 디지털 교과서를 본격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스웨덴 등 일부 선진국 학교들이 디지털 기기 대신 종이책과 손글씨 교육을 되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지나치게 디지털화된 학습 방식 때문에 학생들의 기본 문해력과 쓰기 수준이 저하됐다는 비판에 따라서다.
1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스웨덴 정부는 최근 종이책 수업과 독서시간, 필기연습 등을 강조하기로 했다. 각 학교에 배치되는 도서 구입 비용으로는 6억8500만크로나(약 820억원)을 지원하고 내년과 그 다음해에도 연간 5억크로나(약 600억원)를 추가로 배정할 계획이다. 스웨던 정부는 또, 6세 미만 아동에 대한 디지털 학습도 완전히 중단하면서 유치원에서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의무화했던 기존 방침을 뒤집었다.
스웨덴만이 아니다. 캐나다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표현이나 비판적 사고에 도움을 준다는 학계 의견을 수용해 필기체 쓰기 수업을 필수 교육과정으로 되살렸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핀란드, 이탈리아 등도 휴대전화를 비롯한 태블릿PC 등 교실 내 모바일 기기 사용 금지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집중력과 문해력 등 학습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다.
반면, 교육에 디지털 기기를 확대하는 나라도 있다. 폴란드와 싱가포르는 공공 자금으로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개시했다. 두 나라는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 읽기 문해력 연구 평가에서 EU '국가 1위'와 '글로벌 1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한국도 2025년부터 학교 현장에 전면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도입한다. 교육부는 AI 디지털 교과서를 개발, 2025년 3월 수학·영어·정보·국어(특수교육) 교과에 우선 도입하며, 2028년 국어·사회·역사·과학·기술·가정 등 전과목에 확대 도입할 예정이다.
교육계 일각에선 정부가 보다 정교하게 디지털 교과서 관련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면 학생들의 학습동기 유발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인데, 아이들이 학습에 참여할 수 있는 수업전략이나 교육과정을 논의하고 관련 수업모델과 사례들을 연구해 정교한 정책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얘기다.
디지털 도구의 급속한 확대는 유네스코(UNESCO)에서도 고민거리이다. 유네스코는 최근 ‘교육에서의 기술’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기술이 학습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나 경제적 효율성이 과대평가됐을 수 있다면서 당국이 디지털 기술을 성급하게 도입할 필요는 없다”는 경고를 담았다.
한편, 교육부는 범부처 차원의 ‘디지털 문해력(리터러시)’ 정책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여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심심한 사과’와 관련 “‘디지털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지식습득형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문제해결형의 창의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제도 역시 혁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