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법 체계 전반을 정비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국회에서 재의 부결된 간호법도 새로운 의료법 체계에 담을 예정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의료법 체계 연구회’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연구회는 새로운 의료법 체계 마련을 위한 전문가 논의기구다. 9명의 의료·간호·요양·법률 전문가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이윤성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다. 연구회는 1962년 제정된 의료법이 시대 변화에 따른 의료·돌봄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발족했다.
의료법은 원칙적으로 의료기관 내 의료행위만 적법한 의료행위로 인정한다. 원격진료는 의사·의료인 간에만 허용되며, 방문진료는 허용범위 등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특히 의료행위의 개념과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판례·해석에 의존적이다. 이 밖에 직역별 업무범위가 의료, 한방의료, 간호, 진료보조 등 추상적으로 정해져 직역 간 업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간호법 제정 불발 후 진료보조인력(PA) 간호사들의 준법투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복지부는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의료법 개편 방향을 검토하기 위해 연구회를 구성했다. 연구회는 의료법 체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외사례 등을 기반으로 △의료기관 밖 의료서비스 제공 근거 체계화 방안 △의료행위와 직역별 업무범위 구체화 방안 △의료법과 타 법률 간 관계 재설정 방향 등을 논의한다. 연구회는 격주로 회의를 열어 참여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논의 결과를 권고문으로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회가 논의·마련할 새로운 의료법 체계에는 간호사의 업무범위 명확화 등도 포함된다. 사실상 간호법 등 특정 직역에만 적용되는 단독 입법은 추진하지 않겠단 의지다.
조 장관은 회의에서 “고령화에 따라 국민이 실제 요구하는 서비스는 다양한 직역들이 서로 신뢰하고 협조하는 원팀이 되어야 완성할 수 있다”며 “초고령사회에 맞는 선진화한 의료·요양·돌봄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특정 직역의 역할 확대만 반영하는 단편적인 법 제정이 아니라, 의료체계 전반을 다루는 의료법 체계 정비가 우선 진행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