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 논란이 불거진 이후 국회의 요청에 따라 오는 18일부터 제21대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취득‧거래‧상실 현황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12일 밝혔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러한 국회의원들의 요청에 따라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을 단장으로 하는 관계부처 합동 국회의원 가상자산특별조사단을 구성해 18일부터 조사에 착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여야는 무소속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이 일자 국회의원 본인에 대한 가상자산 보유·거래 내역을 전수조사하기로 하고, 조사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자당 소속 의원들로부터 취합한 바 있다. 이에 권익위는 정 부위원장을 조사단장으로 하고 전문조사관 약 30명을 투입해 18일부터 90일 동안 관계부처 합동 '국회의원 가상자산 특별조사단'을 구성·운영하기로 했다.
이번 전수조사는 부패방지 실태조사를 규정한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 수집·이용 및 제공 등을 규정한 '개인정보 보호법'에 근거해 실시된다. 조사대상 및 범위는 제21대 국회의원의 임기개시일인 2020년 5월 30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개인정보동의서를 제출한 국회의원 본인의 국내에서 취득·거래·상실한 가상자산 현황 등이다. 권익위는 이를 확인해 국회의 신고 내용과 동일한지에 대한 여부를 살펴볼 예정이다.
정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 방법은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신고한 36개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들에게 국회의원의 거래 내역 등을 제공받아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법률의 제·개정 시 직무를 회피 의무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국회의원의 직무, 즉 상임위원회 활동과 관련한 가상자산의 보유 및 거래 과정에서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의혹 등을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에 권익위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한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 및 거래 내역 등에 대한 사실 확인을 통해 국회에 정확히 신고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부위원장은 "이번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는 국민의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등 조사 과정에서 취득한 자료에 대해서는 철저한 보안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의원의 배우자나 부모, 자녀는 이번 조사 대상에서 빠져 전수조사가 한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의 배우자가 거액의 가상자산을 거래한 경우 등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사안을 적발할 수 없어서다.
아울러 현행법상 상임위원회 등 국회의원의 의안 활동과 관련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의혹을 조사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5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소관 위원회 활동과 관련된 청문, 의안 청원심사, 국정감사, 국정조사가 '직무'의 범위로 돼 있지만, 같은 조 3항 1호에서 붙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법률의 제정·개정·폐지는 직무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부위원장은 "활동 내역 중 청문이나 청원심사, 국정감사, 국정조사와 관련된 업무는 제외 범위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이해충돌 여부를 조사)할 수 있지만, 대다수의 업무를 차지하고 있는 의안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법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하기가 곤란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