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월 정정 결정서 배상원금 6억3500만원 감액
론스타, ‘배상액 적다’며 7월 29일 취소 신청 제기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에 관해 정부가 1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판정에 대한 취소 신청을 제기했다.
이날 법무부가 밝힌 판정 취소 신청 사유는 △판정부의 명백한 권한유월(월권)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 △이유 불(不)기재 등 세 가지다.
이른바 ‘론스타 사건’ 판정이 취소되기 위해서는 해당 판정이 ICSID 협약이 규정하는 5가지 취소 사유에 해당해야 한다. ICSID 협약은 △중재판정부 구성 흠결 △판정부의 명백한 권한유월 △중재인의 부패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 △이유 불기재를 취소 사유로 열거하고 있다.
앞서 론스타는 2012년 우리 정부가 한국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46억7950만 달러(한화 약 6조1000억 원)의 손해를 봤다며 ISDS를 제기했다.
지난해 8월 31일 선고된 원 판정에서 ICSID는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4.6%에 해당하는 2억1650만 달러(약 2800억 원‧환율 1300원 기준)를 한국 정부가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론스타 측 청구 금액 가운데 95.4%가 기각된 셈이다.
올해 5월 9일 선고된 정정결정에서도 판정문 오류를 적극적으로 주장해 배상원금 48만1318달러(약 6억3500만 원)를 감액 받았다.
법무부는 ‘판정부의 명백한 권한유월(월권)’에 대해 “판정부의 권한은 ICSID 협약 및 국제법(국가책임에 관한 국제법위원회 규정 및 국제관습법 등)에 따라 부여됐다”며 “판정부가 협약과 국제법에 반하는 판단을 한 경우, 이는 권한 유월에 해당해 취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정부는 외환은행 매각 승인 과정에서 그 규제 권한과 재량을 적법하게 행사했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국가의 국제법적 책임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위법행위가 존재하지 않다”면서 “외환은행 매각 지연은 정부의 행위가 아닌 론스타의 주가조작 범죄로 발생한 것이어서 국제관습법상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함에도, 판정부는 국제관습법에 반해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무부는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이 있음을 지적했다. 판정부가 국제법상 인정되는 기본적인 절차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경우, 이는 위법한 판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판정부는 정부가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 간 국제상업회의소(ICC) 상사중재 판정문을 주요 증거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변론권, 반대신문권 등을 박탈해 적법절차를 위반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판정부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투자 및 수익 실현에 관한 ‘합리적 기대’를 가졌다고 설시하면서도, 정부의 구체적인 약속 등 기대의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아 제대로 된 이유를 판정문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법무부 입장이다.
법무부는 “판정부가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쟁점을 판단하지 않거나, 판단의 구체적인 이유(근거)가 누락되거나 모순‧모호하면 이는 이유 불기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같은 법리상 오류가 있는 중재 판정이라는 판단으로 이 사건 취소 신청을 제기하게 됐다. 정부의 취소 신청이 인용되면 배상금과 이자 지급 의무는 전부 소멸하게 되므로, 정부는 향후 진행될 취소 신청 절차에서 최선을 다해 법리적으로 잘못된 판정을 바로잡겠다는 방침이다.
우리 정부에 앞서 론스타 측은 배상액이 충분치 않다며 7월 29일 ICSID에 취소 신청을 제기했다. 정부는 향후 절차에서 론스타 측의 취소 신청에도 충실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