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 2분기 영업손실 55억 원, 1년 새 적자 폭 2배 확대
곰표맥주 빠진 세븐브로이도 실적 악화 전망
수제맥주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 주류 트렌드가 수제맥주에서 하이볼 등으로 바뀌고 있는 데에다가 수입맥주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는 수제맥주 업체의 과도한 협업 마케팅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BGF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CU의 수제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편의점 CU의 수제맥주 매출 신장률이 2020년 약 498%, 2021년 255%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른 편의점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편의점 GS25의 올해 상반기 수제맥주 매출 신장률은 25.5%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의 수제맥주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 신장했다.
수제맥주 거품이 꺼지면서 국내 주요 수제맥주 제조업체들의 실적도 좋지 못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주맥주의 2분기 매출액은 5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했다. 같은 기간 5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2분기 2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과 비교하면 적자폭은 2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지속되는 실적악화에 제주맥주는 지난달 희망퇴직 등을 공지했다. 전체 임직원의 40%를 내보내는 혹독한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이다. 여기에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급여도 반납했다.
또 다른 수제맥주 업체 세븐브로이의 2분기 실적도 좋지 못할 것이라는 게 주류업계 평가다. 이들은 현재까지 2분기 실적을 아직 공시하지 않았지만 대한제분과 곰표밀맥주 상표권 계약이 만료되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올해 1분기 세븐브로이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7.5% 떨어진 53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무려 86% 줄어든 4억 원에 그쳤다.
수제맥주의 거품이 크게 빠진 요인으로는 과도한 협업 마케팅이 꼽힌다. 수제맥주 업체들은 주세법 개정으로 가파르게 시장 규모를 키웠지만 편의점업계 및 이종업계와 협업 마케팅에만 치중하면서 질적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수제맥주 시장에는 라면, 치약, 캐릭터 등이 붙은 수제맥주들이 범람했다.
협업 수제맥주가 연일 쏟아지면서 수제맥주 고유의 맛은 사라졌고 과당경쟁에 따른 소비자 피로감만 남았다. 소비자들은 하나둘 수제맥주 시장을 떠났다. 이들은 하이볼, 위스키를 비롯해 기존 캔맥주 시장을 이끌던 해외 수입 맥주로 마음을 돌렸다. 특히 불매운동 등으로 주춤한 일본 수입맥주가 가파르게 성장했다.
실제로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량은 7985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239% 증가한 수준이자 관련 통계가 있는 2000년 이후 동월 기준 사상 최대치다. 이는 편의점 매출 신장률에서도 그대로 들어난다. CU와 GS25의 올 상반기 기준 일본 맥주 매출 신장률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약 281%, 304%로 분석됐다.
제주맥주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실적을 반등시키기 위해 하반기 외식브랜드 달래해장과 시너지에 속도를 낸다. 제주맥주는 9월 5일 달래에프앤비의 주식 64.29%를 90억 원에 양수한다. 달래에프앤비는 해장국과 소고기 수육을 대표메뉴로 내세우는 외식 프랜차이즈 달래해장을 운영 중이다.
대한제분과 분쟁을 끝낸 세븐브로이도 실적개선에 속도를 낸다. 세븐브로이는 5월 곰표밀맥주 시즌2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최근 돌연 소송을 취하했다. 세븐브로이는 최근 선보인 대표 밀맥주 뿐만 아니라 대표 피치 하이볼, 대표 논알콜, 대표 로제 등 대표 시리즈를 내세워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협업마케팅과 업체간 과당 경쟁으로 인해 수제맥주에 대한 소비자 피로도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주류 소비 트렌드는 계속 변화하는데 과당 경쟁에 빠져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