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덮친 ‘에코프로 광풍’, 20년 전 새롬기술과 닮은꼴? [에코프로 광풍, 코스닥 버블]②

입력 2023-07-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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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 올초 공모가 대비 122배 넘게 올라
새롬기술, 1999년 상장 6개월 만에 150배 폭등
비즈니스 모델 부재 등으로 30만→5500원 폭락
에코프로, 이차전지 성장성 증명…“새롬기술과 다르다” 의견도

“온종일 에코프로 시세 확인하느라 업무에 집중이 안 됩니다.
일주일 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이차전지가 보여주는 광기는 집단지성이 만들어낸 21세기 최대 행위예술 아닐까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에코프로에 대한 누리꾼들의 코멘트 중 일부다. 대부분 가격 급등락에 대한 불안과 값쌀 때 사지 못한 아쉬움, 팔짱을 끼며 지켜보는 조소로 가득 차 있다. ‘닷컴’만 붙어도 상한가는 쉽게 갔던 2000년대 초의 새롬기술과 닮은 듯 다른 모습이란 게 시장 참여자들의 설명이다. 한편에선 에코프로발 ‘제2의 닷컴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에코프로와 새롬기술, 우리가 그렇게 닮았나=올해 초 에코프로 주가는 10만 원가량이었다. 지금은 110만 원을 넘겼고, 26일 장중에는 150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상장 당시 공모가(9000원)와 비교하면 지금 현재 가치는 무려 122배 넘게 오른 것이다. 그야말로 무(無)에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 셈이다.

주가 상승세만 보면 ‘닷컴버블’의 대명사가 된 새롬기술(현 솔본)과 똑 닮았다.

‘무료 인터넷 전화’ 사업을 내세운 새롬기술 주가는 1999년 8월 상장 6개월 만에 150배 가까이 폭등해 시가총액이 현대자동차를 눌렀다. 당시 삼성전자는 이 회사의 서비스가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데 협력하겠다고 러브콜까지 보냈다. 하지만 과도한 확장과 사업 모델 부재로 30만 원대까지 올랐던 새롬기술 주가는 5500원까지 떨어진 뒤 자취를 감췄다.

시대는 달라도 ‘한국판 밈 주식(소문을 타고 급등락하는 주식)’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에코프로 주가 상승을 견인한 것은 개인 투자자들이다. 개인은 올 상반기에만 에코프로 1조9144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전 금양 이사 등이 유튜브에 출연해 전기차, 이차전지 산업 수혜주로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을 지목하면서 상승세에 불이 붙었다.

자고 나면 폭등했던 새롬기술도 닷컴 시대를 이끈 ‘밈 주식’이었다. 개미들은 새롬기술을 사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영화배우 박중훈이 기업공개 전 회사에 1억 원을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받기도 했다. 코스닥시장 하루 거래량이 1만 주가량이던 시절에 100만 주 이상이 거래되기도 했다. 2001년 11월에는 하루 거래량 3190만 주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두 회사는 대기업의 나쁜 관행도 그대로 답습했다.

에코프로는 전·현직 임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했다는 혐의로 3월 검찰의 압수 수색을 당했다. 5월엔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이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로 2심에서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오상수 새롬기술 사장도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99년 코스닥시장 활황을 타고 주가 300만 원에 시가총액 2조 원을 넘는 기업 경영자로 떠올라 일약 벤처기업 스타로 부상했다. 하지만 다이얼패드 사업이 수익성 부재의 골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분식회계 의혹, 경영권 다툼, 내부 임원들과 갈등 등을 이유로 실패한 기업인으로 전락했다.

◇새롬기술, 너와는 달라=“뭐야, 새롬기술이 재림한 것인가?”

이차전지 소재 기업 에코프로그룹주를 두고 몇몇 개인투자자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지주사 에코프로 주가(종가 기준)는 4월 11일까지만 해도 장중 최고점인 82만 원을 찍었다. 그 뒤로 오너리스크 등이 겹치면서 5월 15일 한때 50만 원 선이 무너졌다. 지금은 100만 원을 훌쩍 넘는 ‘황제주’가 됐다. 에코프로가 2000년대 초 닷컴버블의 상징과도 같은 새롬기술에 비견되는 이유다.

다만 시장에서는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대다수는 실적보다는 ‘주가 과열’을 걱정한다.

새롬기술이 몰락한 것은 코스닥 거품이 꺼지고, 별다른 비즈니스 모델도 없이 적자 서비스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다이얼패드도 야후에 매각됐다.

반면, 에코프로그룹의 주력인 이차전지 소재 산업은 이미 성장성이 증명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적이 이를 말해 준다. 2020년 636억 원대 영업이익을 냈던 에코프로는 지난해 6132억 원을 올렸다.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이차전지 소재 시장은 지난해 70조 원에서 2030년 192조 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에코프로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이 생산하는 양극재 시장의 경우 2021년 28조 원에서 2030년 100조 원 안팎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코프로그룹은 2027년 양극재 60만 톤 판매를 목표로 수산화리튬, 전구체, 니켈의 내재화율을 30%대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연간 영업이익 역시 올해 9480억 원에서 2024년 1조2255억 원, 2025년 2조160억 원으로 꾸준한 성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양극재 장기 수주 계약이 계속되면서 최대 2024년 상반기까지는 양극재가 이차전지 섹터를 주도할 것”이라며 “2024년부터는 수주 모멘텀보다는 ‘업스트림(원재료 조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극재 공급이 충분해지면 결국 탈중국 공급망이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코프로의 가격은 어디까지 오를까. 여러 예측이 있지만, 걱정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린다.

에코프로 종목 분석 보고서를 낸 증권사는 세 곳뿐이며 목표주가와 투자 의견을 낸 곳은 두 곳에 그친다. 에코프로비엠의 투자 의견과 목표주가를 제시한 곳은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모두 22곳이다. 그러나 이들이 제시한 평균 목표주가는 현재 주가를 밑도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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