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 글로벌은 25일 삼성전자에 대해 반도체 부문의 수익성 하락에도,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사업부문의 견조한 경쟁지위를 기반으로 하반기부터 영업실적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선순위 무담보 채권의 ‘AA-’ 장기 신용등급과 ‘A-1+’ 단기 신용등급을 유지했다.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정지헌 S&P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우수한 시장지위와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깊은 하락 사이클을 잘 견뎌낼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주요 메모리 제조사의 생산량 축소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수급상황도 올해 하반기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거시경기 둔화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 수요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메모리업체들의 감산으로 인해 평균판매가격이 회복되고 있어서다. 이는 향후 1년 동안 삼성전자의 영업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약 1조2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28조 원 대비 크게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올해 1분기 반도체 부문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정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의 실적 부진 장기화는 삼성전자의 등급유지 여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관련 불확실성은 삼성전자의 실적회복 전망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동사의 우수한 시장지위와 투자역량, 그리고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려할 때, 경쟁지위가 구조적으로 약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과 함께 향후 2년 동안 견조한 순현금 흐름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고대역폭메모리(HBM3)와 차세대 메모리 DDR5 수요가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점도 실적 회복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그는 "실적 부진과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로 인해 삼성전자의 잉여현금흐름이 올해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더불어 고배당 정책에 따른 약 9조8000억 원의 배당 지출을 감안하면 동사는 올해 보유 현금을 활용해 이러한 지출의 일정 부분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에 따라 2022년 말 기준 109조 원이었던 동사의 순현금 포지션은 올해 말 약 90조 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견조한 수준"이라며 "또한 S&P는 동사가 신중한 재무정책을 바탕으로 2024~2025년에 잉여현금흐름을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안정적' 등급전망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이 2023년 2~4% 수준에서 2024~2025년까지 10% 이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을 반영한다. S&P는 "삼성전자의 선도적 기술력,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 규모의 경제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급격한 둔화와 현금흐름 약화 속에서도 영업실적을 뒷받침하는 요소"라고 판단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17분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500원(0.71%) 내린 6만9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장중 7만 원 아래로 내린 것은 지난 21일 이후 2거래일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