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 형량이 낮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영아 살해·유기죄가 폐지되고 해당 범죄를 일반 살인·유기죄로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형법 개정안이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 주요 내용은 영아살해죄 및 영아유기죄를 폐지함으로써 향후 영아를 살해 및 유기한 경우 각각 일반 살인죄와 유기죄 처벌 규정을 적용받도록 하는 것이다.
개정안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면 형법이 처음 제정된 1953년 이후 처음으로 관련 내용 개정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현재 형법상 일반 살인죄는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존속 살해죄는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영아 살해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그친다.
또한, 일반 유기죄와 존속 유기죄는 각각 ‘3년 이하 징역·500만 원 이하 벌금’과 ‘10년 이하 징역·1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나 영아 유기죄는 ‘2년 이하 징역·3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있다.
영아 살해·유기죄의 경우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을 것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 영아를 살해·유기한 경우’라는 단서 조항을 달아 일반 살해·유기죄 대비 형을 감경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영아살해·유기죄 규정은 한국 전쟁 직후인 1953년 9월 형법이 제정될 당시 처음 만들어진 뒤 한 번도 개정된 바 없다. 다만, 최근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등 영아 대상 범죄가 잇따르면서 형법 개선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법조문 자체가 전쟁 직후 시대 상황을 토대로 하고 있어 지금의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는 점, ‘참작 사유’ 규정으로 집행유예까지도 선고 가능하다는 점 등에 여야가 문제의식을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소위에는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상속인의 상속권을 뺏을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구하라 법’,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규정이 골자인 민법 개정안 등도 함께 상정됐으나 심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더불어 아동성범죄 등 중대 범죄자의 머그샷을 공개하는 법안도 논의가 재개됐으나 세부 사항 조율이 필요하다며 논의를 미뤘다.
또한, 야당이 감사원 표적 감사를 막겠다며 당론으로 채택한 감사원법 개정안도 처음 상정돼 심의를 개시했다. 그러나 감사원 등이 강력히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국민의힘 측에서 감사대상자 권리 보호 제도 등을 주문하는 등 결론이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