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귀환이냐, 아니냐…미국 대선 앞두고 셈법 복잡해진 유럽

입력 2023-07-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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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선은 예고된 재앙”
우크라 전쟁 지원 중단·동맹 균열 가능성
유럽 내 극우정당 탄력받을 수도
자국 보호주의·중국과의 경쟁 몰두 바이든도 불안
유럽, 전략적 자율성 추구하지만 쉽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대선 캠페인에서 연설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대선 캠페인에서 연설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P뉴시스
2024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오랜 우방인 유럽의 셈법이 복잡해지게 됐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과 동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국 내 기조 변화도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국가들의 이러한 복잡한 속내를 집중 조명하며 내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유럽과 미국의 동맹에 다시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친러’ 성향의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끊기게 될 수도 있다. 트럼프는 지난 5월 한 인터뷰에서 “내가 대통령이라면 그 전쟁을 하루 안에 끝낼 것이다. 24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 협상은 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트럼프의 주장은 사실상 군사적 지원을 중단하고 러시아와 협상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귀환은 우크라이나에 재앙이 될 수 있으며, 다른 면에서는 유럽에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 “그가 동맹국을 위해 싸우지 않을 것을 시사하는 것만으로도 유럽의 질서를 와해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는 완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맨 왼쪽)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함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빌뉴스/AP뉴시스
▲조 바이든(맨 왼쪽)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함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빌뉴스/AP뉴시스
트럼프와 달리 취임 직후부터 동맹과의 협력을 약속했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유럽 동맹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정치권의 외교정책 ‘기조’가 이미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우선순위가 중국과의 경쟁이 되면서 ‘유럽보다는 아시아’라는 외교적 추세가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러한 추세의 가장 잔인한 표현일뿐, 바이든 역시 자국 보호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것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IRA에 담긴 자국산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한국과 유럽 등 동맹국의 산업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럽은 이제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 중국의 경제적 쇠퇴와 함께 미국의 외면이란 두려움을 해결해야 한다. 유럽은 이를 모두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만약 대선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철회하게 된다면 유럽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5월 20일(현지시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기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히로시마/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5월 20일(현지시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기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히로시마/AP뉴시스
이를 대비해 프랑스는 ‘전략적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 유권자의 선택에 우리의 집단 안보를 맡길 수 없다”면서 “유럽 스스로가 군사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스스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유럽은 지난해 총 3330억 달러(약 425조 원)를 국방비로 지출했다. 이는 같은 기간 860억 달러를 지출한 러시아를 크게 앞지르는 규모다. 하지만 이러한 막대한 지출이 모두 제대로 집행되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은 각국의 기간산업에 쓰인다. 핵 억지력 측면을 놓고 봐도 유럽이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러시아는 약 60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200~300개를 보유하고 있다.

유럽 내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대체하고 유럽 국가 전체를 아우를 리더십이 부재한 것도 문제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유럽 문제에서 반쯤 떨어져 있고, 프랑스는 유럽을 이끌기를 희망하지만 광범위하게 불신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미국의 외교적 추세 변화와 별개로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콘스탄체 스텔젠뮐러 선임연구원은 트럼프의 재선은 “예고된 재앙”이라고 말했다. 그가 당선될 경우 최근 득세하고 있는 유럽 내 강경 우파가 탄력받을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미 프랑스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제2정당이 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0%를 얻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이 미국의 힘이 유럽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처럼 트럼프는 (유럽을) 분열시키는 힘을 보여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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