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9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의 안전성을 점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을 만나 IAEA 최종 보고서의 부실함을 지적했으나, 그로시 사무총장은 “안전기준에 부합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소통을 이어가겠다”며 대화 가능성은 열어뒀다.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위성곤 의원과 간사인 양이원영 의원, 그리고 고문인 우원식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회의실에서 방한 중인 그로시 사무총장과 면담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공개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결론이 내려졌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면서 “이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기술적 역할을 맡은 직원들이 충실히 업무를 진행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 조사는 약 2년에 걸쳐 굉장히 심도 있는 분석과 연구로 진행됐다”고도 덧붙였다.
동시에 “여러분의 우려와 염려를 진심으로 이해한다”면서 “IAEA는 후쿠시마에 상주 사무소를 개설하고, 앞으로 이행 계획과 실천에 있어서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반면 당 대책위는 IAEA에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일본의 오염수 해양 투기를 걱정한다는 뜻을 전했다. 위성곤 대책위원장은 “우리 국민 78%가 우리나라 해안과 수산물 오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인 체르노빌과 같은 수준의 사고로, 이런 사고 원전의 핵폐기물이 수십년에 걸쳐 바다에 버려지는 일은 전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위 위원장은 “IAEA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국제기구임은 존중하나, 4일 보고서에는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 성능 검증이나 장기적인 해양 생태계 영향성 등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사고 원전에서 나온 핵폐수는 핵폐기물과 같기 때문에 정상 원전에서 배출되는 냉각수에 대한 기준에 근거해 평가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대책위는 IAEA 보고서의 편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우 의원은 IAEA가 해양 투기 외 대안을 검토하지 않았고, 일본 계획이 이미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정해두고 일본 결정을 사실상 지지했으며, 일본 평가를 그대로 인용했을 뿐 아니라 오염수 해양 투기 평가에 결함이 있음에도 이를 정상적인 방식이라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로시 사무총장이 한 인터뷰에서 핵오염수를 마실 수도 있고, 핵오염수에서 수영도 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보고 굉장히 우려스러웠다”며 “그만큼 안전하다고 확신한다면 일본에 음용수나 농업용수 등으로 사용을 권고할 의사가 있는지 묻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굳이 오염수를 마실 생각도, 수영할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의 말을 듣던 그로시 사무총장은 IAEA가 일본 편향적인 검증을 했고, 2011년 일본이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를 공식화했을 때 그가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는 부분에서 인정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기도 했다.
모두 발언 후 이어진 비공개 면담에서도 그로시 사무총장은 대부분의 문제 제기나 설명에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그로시 사무총장은 질문에 대해 직접적으로 답하기보다는 추후에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겠다. 궁금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서면으로라도 답변하겠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답을 회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면담에서 실질적으로 의문이 해소되거나, 상황을 바꿀 만한 반응이 나온 것은 아닌 셈이다. 다만 민주당 측은 소통 채널을 열어뒀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대책위는 이날 일본에 방류 연기 의사를 전달하는 데 IAEA가 동참해줄 것과 국제사회에 함께 해양 투기 외에 다른 대안을 검토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또 IAEA 외 세계보건기구(WHO)나, 유엔환경계획, 국제해사기구(IMO), 유엔 인권이사회 같은 보건‧환경‧인권 관련 다른 국제기구와 새로운 거버넌스를 만들어 오염수 해양 투기의 영향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이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거버넌스 구성에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 내 일본 핵오염수 저지를 위한 방일단이 항의성 방문을 위해 10일 출국한다. 방일단은 3일간 일본 도쿄에 머물며 오염수 해양 투기 항의 의사를 전달하는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