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혐의로 러시아에서 체포된 에반 게르시코비치(31)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의 석방 문제를 놓고 미국과 러시아가 죄수 교환 방식을 협의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WSJ이 보도했다.
드리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국영 언론 브리핑에서 게르시코비치 기자의 석방과 관련해 죄수 교환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수감자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그 문제로 미국과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협상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더는 공개할 수 없다. 완전히 비공개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WSJ 모스크바 지국 특파원이자 미국 시민권자 게르시코비치는 3월 29일 취재 도중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 미국인 기자가 관련 혐의로 러시아에 체포된 것은 냉전 이후 처음이다. 게르시코비치는 물론 WSJ와 미국 정부 모두 그가 간첩이 아니며, 정부를 위해 일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미국은 게르시코비치와 더불어 러시아에 억류된 또 다른 미국인인 폴 훨런의 석방을 위해 죄수 교환 방식을 추진했으나 러시아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교환할 만한 급의 러시아 죄수가 미국 내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마약 소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미국 여자 농구 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는 미국에 수감된 러시아인 국제 무기밀매상 빅토르 부트와 교환됐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WSJ에 “아직 공개할만한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했지만, 게르시코비치와 또 다른 미국인 휠런의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교환 가능한 러시아 죄수를 물색하기 위해 제3국 정부와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 체포된 러시아 죄수를 미국인과 교환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석방의 대가로 러시아에 대한 일부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