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람인데 '영아살해'는 왜 일반 살인보다 형량이 낮을까?

입력 2023-07-0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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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친모 결국 '살인죄' 적용
영아살해죄 폐지 움직임…"생명권 가진 존재가 저평가된 보호받아"
영아살해죄 논란에 낙태죄 입법 개선 목소리까지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피의자 30대 친모 A씨가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피의자 30대 친모 A씨가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뒤 냉장고에 보관해 '영아살해죄' 혐의로 구속된 30대 친모가 결국 '살인죄'를 적용받았다. 이후 경남 거제, 경기 과천 등 전국 각지에서 영아살해 범죄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영아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형량을 낮게 적용받는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앞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피의자 A 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아기를 출산한 뒤 만 하루 사이에 살해했다. 이후 자신이 사는 경기 수원시 장안구 소재 한 아파트 세대 내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한 혐의로 구속됐다.

애초 경찰은 출산 직후 극심한 불안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만 하루 사이에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A 씨에게 '영아살해죄'를 적용했다. 하지만 영아살해죄보다 법정형이 무거운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했다.

결국 경찰은 지난달 30일 A 씨에게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분만 직후가 아닌 일정 시간이 흐른 뒤 범행했고, 2년 연속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살해한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A 씨의 범행은 지난달 21일 감사원의 보건당국 감사 결과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사례가 드러나 현장 조사가 이뤄지던 과정에서 발각됐다.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이후 경남 거제, 경기 과천 등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의 사망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에 지난달 30일 국회는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 개정안(출생통보제)을 통과시켰다. 부모가 아기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병원 등 의료기관이 지방자치단체에 출생 사실을 알리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영아살해죄 폐지 움직임 역시 일고 있다.

전문가들 "생명권보다 우월한 법익 존재할 수 없어"

(픽사베이)
(픽사베이)

형법 제251조(영아살해)에 따르면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해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법 제250조(살인, 존속살해)보다 영아살해죄의 형량이 더 가볍다. 영아살해죄는 살인죄에 대한 감경적 구성요건으로 되어 있는 셈이다.

영아살해죄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서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해서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해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가령 강간으로 인한 출산 등 치욕을 은폐하고, 경제적 궁핍 등으로 인해 양육할 능력이 없고, 기타 책임감경을 인정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영아살해죄를 적용받는다.

김학범 세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논문 '영아살해죄의 범행 동기에 관한 분석'에서 "피해자 관점에서 봤을 때 영아살해죄의 객체인 영아는 다른 피해자에 비해 극도로 취약한 피해자"라며 "생명권을 가진 존재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저평가된 보호를 받는 것"이라며 영아살해죄의 맹점을 지적했다.

이어 "영아살해죄의 해석상의 문제점과 함께 처벌의 경함을 행위자에게 인식시킬 수 있다는 우려점이 있다. 이러한 점은 처벌의 엄격성과 확실성의 약화를 가져와 형법의 사회통제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영아살해죄의 보호법익은 영아의 생명이다. 생명권보다 우월한 법익은 존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영아살해죄 논란에 낙태죄 입법 개선 목소리까지

한편 낙태죄에 관한 입법 개선이 이뤄지면, 영아살해죄를 현재보다 완전히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위원은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영아살해죄를 폐지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낙태가 허용되는 상황에서 영아살해죄까지 적용해 형량을 감경하는 것이 국가가 두 번에 걸쳐 국민의 생명 보호 의무를 저버린다는 취지다.

이어 "만일 낙태죄가 입법 개선되면, 거기에 비례해서 영아살해죄의 구성 요건과 참작할 만한 사유는 굉장히 축소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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