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6일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22개를 전면 공개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 출제된 킬러 문항을 빼고 공교육 교과과정 내 출제를 주문한 데 따른 조치다. 다만 이날 지목된 킬러 문항의 정답률 및 오답률은 공개되지 않아 ‘반쪽자리’ 발표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후 3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하면서 최근 3년 치 수능(2021~2023학년도)과 이달 1일 실시된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킬러 문항’ 22개를 공개했다.
사교육 경감대책의 핵심은 공정한 수능 평가를 치른다는 데 있다. 교육부는 소위 ‘킬러 문항’을 핀셋 제거해 수험생 불안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19일부터 25일까지 교육부와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킬러 문항 점검팀’을 운영해 최근 3년간 수능과 올해 6월 모평 국어, 수학, 영어 총 480문항을 점검했다. 그 결과 국어 7개, 수학 9개, 영어 6개 등 총 22개의 ‘킬러 문항’ 사례가 나왔다.
영역별로 보면, 국어의 경우 △6월 모평 14번·33번 △2023학년도 수능 15번·17번 △2022학년도 수능 8번·13번·15번이 꼽혔다.
수학의 경우 △6월 모평 21번·22번·30번(미적분) △2023학년도 수능 22번·30번(확률과통계)·30번(미적분) △2022학년 수능 29번(미적분)·30번(기하) △2021학년 수능 30번(나형)이 꼽혔다.
영어는 △6월 모평 33번·34번 △2023학년도 수능 34번·37번 △2022학년도 수능 21번·38번이 공개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어 킬러 문항의 경우 고등학생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문과 전문용어를 사용, 의도적으로 학생들의 실수를 유발시키는 문항 등이 포함됐으며, 수학은 선행학습한 학생은 출제자가 기대하는 풀이방법 외 다른 방법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학생 사이의 유불리를 발생시키는 문항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영어의 경우는 과도하게 길고 복잡한 문장을 사용해 해석이 어려운 문항, 길고 복잡한 구문, 어려운 어휘 등을 사용해 문제를 풀기 어려운 문항 등을 선별했다고 했다.
그동안 입시업계는 킬러 문항을 한 자릿수대 정답률을 보일 정도의 초고난도 문항, 혹은 해당 영역에서 가장 정답률이 낮은 문항 정도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사실 명확한 정의는 없다. 이날 교육부는 킬러 문항에 대해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으로 사교육에서 문제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항’이라 정의·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킬러 문항으로 편성된 문항들의 정답률 및 오답률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제까지 모의평가와 수능의 문항별 오답률을 공개한 적이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킬러 문항을 어떻게 편성했나는 질문에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이라는 하나의 기준과 원칙을 갖고 편성했다”며 “정답률 및 오답률은 참고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답률 등 공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 “올해 9월 모평이나 수능이 끝나고 (오답률 등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계에서는 그간 평가원의 오답률 공개 등 정보공개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수시·정시모집 지원 등의 방향성을 사교육 업체에 의존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교육계 관계자는 “평가원이 모든 정보를 공개할 필요는 없지만, 학생들이 사교육업체의 정보에 의존해 대입을 준비하지 않도록 정보 공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발표로 인해 어떤 문항이 킬러문항인지 더욱 모호해질 것이라 ‘반쪽자리’ 발표에 그친 격”이라고 꼬집었다.
세종 지역의 한 교사도 “현재로서는 킬러문항에 대한 정의는 워낙 복잡한 개념으로 정의하기 모호하기 때문에 오답률로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