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전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돌연 권익위의 조사에 불응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선관위는 조사 협조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권익위의 지적을 반박했다.
권익위의 선관위 채용 비리 전담조사단 단장을 맡은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가 현장 조사에 응하지 않고 비협조적인 자세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은 "오늘 오전 중앙선관위와 17개 지역 선관위에 현장 조사를 나갔는데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 수용을 이유로 권익위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권익위 조사 인력이 제주도까지 나갔는데, 전혀 조사할 수 있게 협조하거나 자료를 주지 않고 있다. 갑자기 태도를 돌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권익위는 1일 권익위와 경찰청, 인사처 인력으로 총 33명의 채용 비리 전담조사단을 꾸려 지난 7년간 선관위의 채용·승진 기록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은 9일만 해도 선관위가 조사에 협조하며 자료 요구에도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날 본격적으로 현장 조사에 나서자 선관위가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 권익위의 설명이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므로 감사원으로부터 회계감사가 아닌 직무감사는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갈수록 여론이 악화하자 지난 9일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감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부위원장은 "앞서 권익위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한 것은 오로지 감사원 감사를 회피해 국민의 눈을 속이려는 얄팍한 꼼수였나"라며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고,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권한쟁의를 영원히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라. 그렇게 하면 권익위는 선관위의 권익위 조사 거부를 수용할지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앞서 감사원 감사 부분 수용을 결정하면서 동시에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면서도 감사원에 선관위 감사권이 있는지 헌재의 결정을 구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선관위는 "권익위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선관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권익위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을 밝혀온 만큼 그동안 권익위에서 요청한 전·현직 고위 공무원 자녀 채용 관련 서류 등의 자료를 성실히 제출해 왔다"며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수용한 이후 감사원 측에서 감사범위 등에 대해 권익위와 협의 조정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선관위 또한 감사원의 감사와 권익위의 조사 범위 등이 중복되므로 양 기관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현재 감사원이 중앙 및 시·도 현장 감사를 실시 중인 상황에서 권익위의 현장 조사 협조요청은 감사원의 감사 범위 등과 중복되므로 기관 간 업무조정이 필요하다고 보여지며, 권익위의 실태조사에 협조하겠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