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무이자 대출법' 놓고 여야 충돌…'거부권' 정국 반복되나

입력 2023-06-1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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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14일 "중위소득 100% 이하" 한정 대안 발표…민주당 "거부권 명분쌓기"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약계층 대학생 학자금 지원 확대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약계층 대학생 학자금 지원 확대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정부가 적용 대상을 조정해 법안을 재논의할 것을 제안하면서 여야가 또 충돌했다. 중재안 마련이 불발될 경우, 민주당은 방송법과 노란봉투법에 이어 해당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할 것으로 예상돼 '거부권' 정국이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전날 국회에서 '취약계층 대학생 학자금 지원확대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의 적용 대상을 본래 기준인 중위소득 200% 이하 가구가 아닌 100% 이하 가구에 한정해 법안을 재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앞서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달 열린 전체회의에서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개정안이 실제로 시행되려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표결이 남아 있지만, 민주당의 처리 의지가 확고해 법사위 계류 기간 60일이 지나면 '직회부' 방식으로 본회의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의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은 학자금 지원 8구간(기준 중위소득 대비 200%) 이하 대학생을 대상으로 대학생들이 취업 후 상환 학자금(ICL) 제도를 이용할 때 연간소득 금액이 상환기준 소득을 초과하기 전까지 대출 이자를 면제해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개정안은 또한 원리금 상환을 시작한 이후라도 육아휴직·실직·폐업 등으로 소득이 사라질 경우 이로 인한 유예 기간에 붙는 이자를 면제하고, 재난 발생으로 상환을 유예하는 경우에도 이자를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해당 법안이 다른 대출 제도와 형평성이 맞지 않고, 추가 대출이 발생해 재정 부담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14일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당정은 지난달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취업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이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특히 모든 대학생에 대해 소득 8구간까지 학자금 대출이자를 면제해주면 매년 이자비용이 860억 원 규모로 국민 세금이 들어가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이어가기 힘든 학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지난달 민주당이 단독 강행처리한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은 대표적인 이재명표 포퓰리즘"이라며 "학자금 대출을 받은 모든 대학생들에게 무이자 대출을 해주겠다는 것인데, 가구 소득이 1년에 1억 원 이상이어도 무이자 혜택을 받게 해주겠다는 것은 대학생들에게 달콤한 꿀물 한 그릇을 주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럴 돈이 있으면 저소득층 취약계층에 혜택을 주는 것이 사회 정의에 맞을 것이고, 국가 재정의 운용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달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에 대해 그동안의 심의 과정에서 일관되게 미(未)진학 고졸자나 소상공인 대출과의 형평성 문제, 과도한 추가 대출 유발 등의 우려로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법안이) 통과된 데 대해선 ICL 제도의 근본 취지와 맞지 않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교육위원회 의원들이 14일 국회에서 정부와 여당의 학자금 지원법 재논의 제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교육위원회 의원들이 14일 국회에서 정부와 여당의 학자금 지원법 재논의 제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의 대안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며 비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정이 뒷북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당정합의안이라고 하면서 기획재정부와 협의도 없었고 예산추계자료도 제시하지 않고 설익은 정책을 서둘러 발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여당이 꼼수를 부리고 있는, 명분을 만들고 있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야당 법안을 소위 '포퓰리즘 입법'이라고 매도하면서 정작 당정이 발표한 취약계층 대학생 학자금 지원확대 방안은 부실하게 짝이 없는, 부랴부랴 급조한 퍼포먼스 발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사실을 왜곡하고 야당이 민생입법을 추진하는 노력을 포퓰리즘이라 매도하는 이 악의적인 태도를 계속 견지한다면 민주당은 새로운 논의와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법안에 대해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양곡관리법이나 간호법처럼 본회의 통과 후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끌어내는 정국이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강력하게 주장해 온 법안이다. 이재명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수십조 원 초부자 감세는 되고, 대학생 이자 감면은 안 되느냐. 미국은 원금까지 탕감해 준다"며 "대학생 학자금 이자 감면, 일방 처리해서라도 꼭 관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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