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2012년부터 시행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이하 안전상비약) 제도에 대해 ‘이전보다 편리하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만 10명 중 6명은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수가 부족해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편의점 안전상비약 판매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10년간 해열제, 소화제, 감기약, 파스 등 13개 품목이 바뀌지 않았고, 단 한 번의 재정비도 없었기 때문이다.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는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편의점 안전상비약 전국민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안전상비의약품 약국 외 판매제도’는 약국 영업 외 시간에 국민들의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를 위해 2012년부터 시행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응급상황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안전상비약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고, 약국 수가 적은 도서산간 등 의료 인프라 열악 지역에서는 안전상비약 제도가 약국의 보완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올해 3월 12일부터 21일까지 만 19~69세 미만 남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편의점 안전상비약에 대한 대국민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응답자의 96.8%가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구입할 수 있어 이전보다 편리하다’고 했다. 또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휴일, 심야시간에 급하게 약이 필요해서(68.8%)라고 답했다.
제도 개선과 관련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수가 부족해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62.1%였다. 제도 확대 및 개선 방향은 새로운 효능군 추가(60.7%), 새로운 재형 추가(46.6%) 등의 응답이 높았다. 국민이 원하는 효능 추가 품목의 경우 지사제(70.9%), 화상치료제(52.7%), 소아용 감기약(41.4%), 소아용 소화제(33.7%), 제산제(31.7%) 등의 순이었다.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는 국민의 안전상비약 접근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자발적인 시민 모임으로 △바른사회시민회의 △서울시보건협회△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미래건강네트워크 △행복교육누리 △그린헬스코리아 △한국공공복지연구소 △고려대학교공공정책연구소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등 9개 단체로 구성됐다.
이명주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안전상비약 제도를 도입하지 10년을 맞이한 시점에 사회환경적, 경제적 패러다임을 고려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점진적 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다양한 효능, 제형 추가를 원한다는 답변이 높게 나타났다. 소비자 선호가 높은 제품은 안전성 담보가 가능한 선에서 점진적 품목 재편이 요구된다. 품목 확대에 대한 논의에 대해선 소비자, 생산자, 판매자 의견을 두루 수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전상비약 제도가 편의성을 위한 제도지만 안전성에 대한 담보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약품과 관련된 만큼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며 “편의성에 대해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사용상 주의해야 할 부분에 대한 정보 제공, 판매자 모니터링, 부작용 및 이용불편사례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국민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정부와 전문가 단체의 역할”이라며 “소비자들이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안전성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현 상황을 유지하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안전성 확보를 위해 체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안전성을 어떻게 보강할지 충분히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전성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품목을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2012년 7월 안전상비약 지정 13개 품목 발표 당시 △제도 시행 6개월 후 중간 점검 △시행 1년 후 품목 재조정 등의 내용을 함께 담았지만, 제도 도입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개선되지 않았다. 다만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안전상비약을 20개 품목 이내의 범위로 규정하고 있어 추가할 여지는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