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전장서 실력 늘어…그래도 우크라이나가 이길 수 있다”

입력 2023-05-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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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보고서
대규모 보병 공격서 일회성 공격으로 전환
우크라이나 위치 파악하고 탄약 소진시켜
포병과 기갑서도 전술 수정
“능력 있는 예비병력 부재 등 여전히 취약”

▲러시아 노비 오스콜의 군사 교육 캠프에서 22일 10대 청소년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노비 오스콜(러시아)/타스연합뉴스
▲러시아 노비 오스콜의 군사 교육 캠프에서 22일 10대 청소년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노비 오스콜(러시아)/타스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지난해 2월, 러시아 안팎에선 러시아 우세를 점치며 전쟁이 일찍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예상보다 공세를 잘 버티며 반격에 나섰고 러시아는 병력과 장비 부족에 허덕이며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한 전차와 재래식 무기를 들고나오자 ‘군사강국’ 러시아의 군사력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그러나 일련의 상황에도 러시아군이 전장에서의 학습을 통해 전술을 개선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됐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잭 와틀링, 닉 레이놀즈 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두 연구원은 지난 1년간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고 우크라이나 참모를 비롯해 10여 개 여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고서를 완성했다.

▲러시아 전승절이 열린 9일 세계 2차대전 당시 사용된 소련제 T-34 탱크가 나 홀로 등장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AP뉴시스
▲러시아 전승절이 열린 9일 세계 2차대전 당시 사용된 소련제 T-34 탱크가 나 홀로 등장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AP뉴시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쟁 초기 기갑, 포병, 방공 등 800명가량으로 구성된 대대전술단(BTG)을 구성해 전장에 내보냈다. 이후 BTG 전력이 상대에 크게 뒤처지고 전술적으로도 부족하다는 평가 속에 러시아는 조직을 해체했다. 대신 현재는 소수 보병으로 구성된 일회성 조직을 만들어 그들이 전사할 때까지 작은 규모의 전투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코노미스트는 “인간 물결이 아닌 인간 물방울 수준”이라고 묘사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우크라이나군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들의 탄약을 소모하는데 주효했다는 평이다.

1차 보병이 희생되고 나면 숙련된 보병 그룹이 기갑과 박격포 등의 지원 속에 투입됐다. 우크라이나군 훈련을 담당하는 빅토르 니콜류크 소장은 “이제 적이 싸울 줄 모른다고 말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와그너(러시아 민간 용병그룹)와 러시아군의 야간 전투 능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진지를 점령하면 12시간 이내에 요새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 역시 “러시아 보병이 파고드는 속도와 전투 위치가 개선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며 “특히 이들은 요새를 짓고 다리를 놓고 지뢰밭을 배치하는 일을 잘 수행했다”고 평했다.

▲우크라이나 병사가 22일 바흐무트 전선에서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 바흐무트(우크라이나)/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병사가 22일 바흐무트 전선에서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 바흐무트(우크라이나)/AP연합뉴스
포병 전술에서도 변화를 보인다. 포병의 경우 정찰 드론이 위치를 탐지한 후 3~5분 내로 포탄이 발사할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는 드론과 포병 배터리에 달린 지상 센서를 연결하는 스트렐레츠 장비 사용 증가에 따른 것이다. 보고서는 “러시아군은 자신들이 철수한 진지를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하려고 하면 그곳에 포화를 퍼붓는 전술을 주로 펼쳤다”고 설명했다.

기갑도 변했다. 이제 더는 빠른 속도로 적진을 돌파하는 방식을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 안전한 거리에서 화력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창고에서 꺼낸 구식 탱크인 T-62와 T-55를 사용하는 모습이 온라인상에서 조롱받았지만, 이들의 화력은 여전히 효과적이고 우크라이나가 대공세를 하지 못할 때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7일 도네츠크에서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도네츠크(우크라이나)/AP뉴시스
▲우크라이나군이 7일 도네츠크에서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도네츠크(우크라이나)/AP뉴시스
이 같은 변화는 마치 우크라이나가 더는 전쟁에서 반격하기 어려운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와틀링과 레이놀즈 연구원은 아니라고 일축한다. 이들은 “핵심은 새로운 무기가 아닌 정상적인 전술”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방어를 방해하고 역동적인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면 러시아군은 빠르게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영국 국방정보국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에는 새로운 도전에 대응할 능력 있는 예비병력이 없다”며 “러시아 방어 시스템은 개선됐지만, 여전히 부서지기 쉽고 박살 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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