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오는 17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한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으로 약화됐던 수사 기능을 되살리는 데 주력했다. 마약, 전세사기 등 일상과 밀접한 범죄 대응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소통령’으로서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낸다는 평가다.
동시에 ‘정치인 장관’을 보는 듯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 법안이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한 장관은 ‘시행령’을 고수하고 있다. 야당 수사에는 거침없지만, 여당에는 무딘 칼을 대며 1년 만에 ‘검찰공화국’으로 회귀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한 장관은 지난해 5월 17일 취임사에서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개혁, 진짜 형사사법시스템 개혁은 사회적 강자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장관 취임 하루 만에 검찰 고위 인사가 단행됐다. 당시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특수통’과 ‘친윤(친윤석열)’ 검사들이 대거 복귀했다. 전 정권을 향한 수사를 진행 중인 곳과 주요 보직에는 모두 윤석열 사단을 전진 배치했다.
서울 주요 지검엔 곧바로 합동수사단이 꾸려졌다. ‘여의도 저승사자’라 불리던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이 서울남부지검에 다시 설치된 것은 한 장관의 1호 지시였다. 현재는 합수단을 '증권범죄합동수사부'로 격상하는 조치가 진행 중이다.
동부지검에는 보이스피싱 합수단, 북부지검에는 국가재정범죄 합수단이 출범했다.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범죄를 발본색원한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전문적인 수사 체계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시기상 검찰 수사권 확보를 위한 의도라는 얘기가 돌았다.
‘검수원복(검찰수사권 복원)’을 위해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한 장관은 ‘수사기소권 분리(검수완박)’ 법안 시행에 맞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데 이어, 법으로 축소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하위법인 시행령으로 도로 넓혔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지난 정부에서 검찰을 적으로 규정하고 무리하게 권한을 축소하려다 보니 발생한 문제”라며 “한 장관 입장에서는 검찰을 정상화하면서 수사권 공백을 보완할 방안을 나름대로 잘 찾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력 범죄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신당역 사건’ 등 스토킹 범죄 관련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하고, 재판 전에도 가해자에게 전자장치를 채우도록 법령을 개정했다. 전세사기 범죄는 가중처벌 등 엄정 수사를 지시한 뒤 ‘빌라왕’ 등 피의자 총 2188명을 검거해 209명을 구속했다.
최근 급증하는 마약범죄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에 포함하고, 대검찰청에 마약·조직범죄부를 복원할 계획이다. 향후 핵심 법무 정책으로도 ‘마약 대응’을 우선으로 꼽았다. 또 출입국·이민정책 중 하나인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을 신설해 사회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지난 정권에서 많은 수사 권한이 경찰로 넘어가며 검찰에서 마약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며 “결국 마약 범죄가 판치는 상황이 됐는데, 지금이라도 한 장관이 그 필요성을 강조한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구설수 역시 1년 내내 한 장관을 따라다녔다. 한 장관은 검찰과 자신에 대한 공세를 피하지 않고 언쟁을 벌여왔다. 그 과정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수사 등 혐의를 직접 겨냥하면서 “법무부 장관이 피의사실을 공표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검수원복' 논란도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헌재는 지난 3월 검찰 수사권 축소법이 유효하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야당이 검수원복 시행령 철회를 요구하자, 한 장관은 “법리적 흠결이 없다”고 했다. ‘모순된 주장’이라는 법조계의 지적에 되레 “깡패·마약 수사를 막지 말라”고 항변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10일 윤석열 정부의 ‘교체해야 할 고위공직자’ 중 한 장관을 1순위로 지목했다. 검찰의 중립성 훼손, 위법적 검수원복 시행령 등으로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자 한 장관은 “정치단체가 왜 중립적 시민단체인 척하는지 모르겠다"고 맞받았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한 인사는 “과거에는 야당을 수사하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여당도 수사하곤 했는데, 지금 검찰은 여론을 의식하지 않는 것 같다”며 “대장동 사건만 1년 반 동안 수사하는 걸 보면 ‘야당 탄압’이라는 비판이 나올법하다”고 지적했다.